(기자의눈)개헌보다 시급한 예산처리방식 개선

입력 : 2012-11-1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회의 내년도 정부예산안 심의일정이 정치문제로 곳곳에서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소관부처 예산안 심사는 투표시간 연장안을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지면서 회의가 30여분만에 중단됐다.
 
야당은 국민적 관심사인 투표시간 문제를 국회에서 처리하라고 말로만 떠들지 말고 우선 국회가 논의를 시작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여야간사간 협의한 예산안 심의일정을 무시하고 투표시간 연장안부터 처리하자는 야당의 행태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투표시간과 예산안 심의와는 별개의 문제로 별도의 시간을 내어 따져봐야할 일이지만 정치공방으로 도매급으로 처리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예산안 심의도 '엉망진창'이 됐다. 환노위는 MBC파업 청문회 안건을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하면서 여당이 회의를 거부했다. 여당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아들의 고용정보원 특채의혹과 관련한 청문회를 열자면서 맞불을 놓기도 했다.
 
이틀 뒤에는 기획재정위원회 예산심의와 핵심 예산부수법안인 세법을 심사하는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가 '공전'했다.
 
기획재정부가 경제민주화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내용의 내부보고서를 작성했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야당이 법안심사도 보이콧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부가 경제민주화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것이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위반이라면서 박재완 장관을 선관위에 고발도 한 상황이다.
 
다음 주에는 예산심의의 핵심인 계수조정회의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정치적인 쟁점이 사실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주 예산심의 역시 제대로 진행될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권이 정치적인 문제로 논쟁을 벌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나라살림인 예산안을 심의해야 하는 입법부의 역할을 져버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천만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결과적으로 해마다, 혹은 5년마다 반복되는 예산안 심의의 참을수 없는 가벼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결함을 해결하는 게 유일한 방법으로 보인다.
 
현재 예산안의 부실심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 쟁점을 안고 있다.
 
가을 국정감사일정과 겹치면서 제대로된 심의를 할수 없으니 국정감사 일정을 앞당기든지 예산안 제출일정을 앞당기거나 상시화해서 제대로 된 심의를 하자는 것과, 또 하나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는 예산안 심의가 다음 정권의 정책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으니 예산안을 연초에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또한 국가재정법 등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이미 19대 국회에 들어서 예산안 심의를 내실있게 하자는 측면에서 국가재정법 개정 논의가 정치권의 입에 오르내렸지만, 대선 일정이 촉박해지면서 논의의 진전이 없고, 다시 흐지부지되는 모습이다.
 
대선후보들간에는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줄여 4년 중임제로 개헌을 하자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상황에서는 개헌보다 시급한 것은 예산안 심의문제의 해결이다.
 
내년은 세계경제위기의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복지재정 등 대선 효과에 따른 재정지출도 급증할 수밖에 없는 시기다.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 새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짜면 된다는 단순한 해결책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예산안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치도 예산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예산, 나라살림에 대한 정치인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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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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