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영국 법원이 애플의 '허술한 사과문'을 사실상 법원의 명령을 어긴 것으로 간주해 이번에는 애플에게
삼성전자(005930)의 법무수수료를 대신 지불하라고 명령하고 나섰다. 애플의 성의 없는 사과에 대해 '괘씸죄'를 적용하면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지게 한 셈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가 법률전문 블로그 그록로우(groklaw)를 인용해 보도한 것에 따르면, 영국·웨이즈 법원은 "애플이 '잘못되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false and misleading') 사과문을 올렸다"며 "애플은 이번 소송에서 삼성이 들인 법적수수료 일체를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애플은 지난달 18일 영국 자사 홈페이지에 게제한 사과문에서 "독일에서는 동일 특허관련 소송에서 삼성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을 모방해 불공정하게 경쟁했다고 인정했다"며 영국 법원의 판결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애플은 또 "미국 배심원들 역시 삼성이 애플의 디자인과 유틸리티 특허를 침해했다며 이미 수억달러의 배상액을 지불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는 내용을 사과문에 기재해 논란을 양산했다.
이에 영국 법원은 애플의 해당 주장은 '잘못됐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하며 애플에게 상대방의 소송비용을 지불하라고 명령한 것이다.
더 버지는 "영국 법원은 미국 법원과 달리 패소한 쪽에서 상대방의 법적수수료를 지불하게 한다"며 "하지만 이번 경우 영국 법원은 삼성에 대한 보상이 더 요구된다고 생각해 기본적인 배상액에 추가적인 비용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지난달 18일 영국 법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패드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며 애플에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애플은 지난달 26일 영국 애플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며 콜린 버스 런던법원 판사의 판결문을 인용 "삼성의 제품은 애플의 아이패드와 혼동될만큼 근사하지(cool) 않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올렸다.
영국 법원은 즉각적으로 "진지한 사과보다는 오히려 영국법원을 조롱하고 자사 제품에 대한 광고 일색인 애플의 사과문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사과문 재공지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애플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삼성에 대한 사과문을 다시 올렸다. 사과문은 4문장의 짧은 내용으로 "지난달 25일 애플은 영국 웹사이트에 삼성의 갤럭시탭과 관련된 사과문을 올렸다. 해당 사과문은 영국법원의 판결과 비교해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수정된 사과문은 해당 링크(
Samsung/Apple UK judgement)에 있다"는 내용이다.
◇애플의 영국 홈페이지 첫 화면. 중간에 아이패드와 관련된 광고가 크게 배치되면서 사과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최하단으로 밀렸다.(사진=애플 영국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애플은 해당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자사 제품광고의 자바스크립 코드를 조작해 사과문을 홈페이지 최하단으로 위치를 조정하는 등 재차 '꼼수'를 부려 영국법원과 네티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