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영구채'보다 '회사채'..급선회 이유는 KAI

영구채 6000억 포기 "부채 인정 부담"
KAI 인수자금 확보 목적인 듯..대한항공 "유동성 확보일 뿐"

입력 : 2012-11-15 오후 5:17:24
[뉴스토마토 신익환기자]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인수에 나선 대한항공이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부증권(영구채) 발행을 포기하고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으로 급선회한데 대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은 이날 주관사를 선정하고 다음달 13일 3000억원 규모의 만기 5년과 7년물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영구채' 논란 일자..'회사채'로 유턴
 
대한항공이 영구채에서 회사채로 발행 방법을 바꾼 이유는 다름 아닌 신종자본부증권과 관련한 논란 때문이다.
 
상법개정으로 금융기관에서만 발행할 수 있었던 영구채를 일반기업에서도 발행할 수 있게 됐지만 자본인지, 부채인지를 놓고 시장의 논란이 뜨겁다.
 
특히 영구채는 영구히 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될만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발행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부채가 800%를 넘는 기업이 영구채를 발행한다는 것은 기업의 모럴헤저드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어서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갖고 있는 유가증권이다. 영구채는 원론적으로 원금은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영구히 지급하는 채권으로서, 영구채권을 발행하면 형태는 부채지만 원금을 영원히 상환하지 않고 조달자금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자본으로 회계처리해도 문제가 없다. 더구나 이로 인해 부채비율도 낮출 수 있어 기업으로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영구채를 발행하면서 채권발행조건에 풋옵션이나 콜옵션 조항이 포함돼 있고,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에 투자자에게 상당히 높은 금리를 가산해 주어야 하는 스텝업(step-up)조항이 내재돼 있다면 영구채권을 자본으로 회계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제 국내기업 중 처음으로 영구채를 발행한 두산인프라코어(042670)의 경우 자본으로 인정 받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후순위 조건에 부합하지 못하는데다 일정기간 콜옵션(조기상환 권리)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스텝업(Step-up)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3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는 자본으로 인정받기에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며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가 후순위로 발행되고 있지 않다는 점과 후순위 특약이 없다는 점에서 조건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기업이 영구채 발행을 계획했다는 사실 자체는 기업의 모럴헤저드가 한계상황에 도달했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영구채를 둘러싼 시장의 논란이 가중되자 자금이 절실해진 대한항공이 회사채 발행으로 방향을 바꾼 것. 지난 3분기 국제회계기준(IFRS) 별도기준에 따른 부채비율은 18조1709억원, 817%의 부채비율을 기록하고 있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영구채가 자본이 아닌 부채로 인정되면 부채비율이 더욱 높아지게 된다. 
 
이럴 경우 KAI인수를 놓고 현대중공업(009540)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한항공의 입장에서는 높은 부채비율을 문제삼아 대한항공의 인수를 반대하는 KAI측에 더 좋은 빌미를 제공하는 모양새가 되는 만큼 이같은 상황은 피하고 싶은 것.
 
◇두달만의 회사채 발행.."증권가, 긍정적으로 보기 힘들다"
 
회사채 발행 자체에 대한 시각도 부정적이다. 지난 10월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불과 2개월만에 다시 3000억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대한 증권가의 시각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지난달 5년 만기 500억원과 7년만기 2500억원 회사채 발행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대신증권을 각각 선정해 자금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데 이어 또 다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으로 보기에는 힘든 부분"이라며 "KAI 인수전에 뛰어든 대한항공이 어떻게든 자금을 확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KAI 인수 목적이라기 보다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회사채 발행 역시 만기도래되는 회사채 상환과 연말 유동성 확보 차원"이라며 KAI 인수를 위한 자금확보라는 주장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KAI 인수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던 대한항공의 회사채 추가 발행은 부채비율을 낮추고,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항공업계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손치더라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차입금이 계속 늘고 있는 점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도 KAI 인수를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봐야할 부분"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과 KAI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에게는 불리한 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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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익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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