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헌철기자] 19일 오후 12시30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호암미술관 앞. 초겨울 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이곳에 10여명의 카메라 기자와 20여명의 ENG 카메라, 30여명의 취재 기자들이 새벽부터 몰려들어 진을 치고 있었다.
기자들의 관심사는 이재현
CJ(001040)그룹 회장의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25주기 추모식 참석과 정문(CJ측 주장) 출입 여부였다.
호암미술관 우측 산자락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묘가 남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매년 이날 이곳에서는 범삼성가 사람들이 모여 추모식을 거행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과 CJ간 재산 타툼에 따른 법적 공방으로 추모식 전부터 공식 후계자 이건희 삼성 회장과 혈족 적통 이재현 CJ 회장간 눈에 보이는 자존심 싸움이 이어졌고 결국 개별 추모식으로 결론이 났다.
이 와중에 삼성이 기존에 개방했던 정문에 대한 CJ의 출입을 불허하자 양집안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진 상태였다. 미술관 안 한옥 입구를 앞에 두고 10여m 직진은 정문, 좌측 갈림길을 따라 수십미터를 돌아가면 후문이다.
전례에 따라 정문 사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이재현 회장이 후문으로 들어가 추모를 한다면 혈족 적통을 내세우는 CJ 입장으로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것이고 끝까지 정문 출입을 요구할 경우 볼썽 사나운 몸싸움도 연출될 수 있어 추모 예정시간이 다가 올수록 현장은 적막에 휩싸이고 있었다.
삼성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삼성 직원들은 도로에서 출입을 일일히 통제하면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CJ-GLS 택배차량이 입구에 다가서자 "내일 오라"며 내쫓듯 보냈다.
시간이 흘러 예정된 추모 시간이 다가오자 삼성에서는 승합차를 이용해 정문에 새롭게 화단 4개(사진)를 가져다 놓았다.
더 이상의 출입을 불허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여준 것이다. 현장에 와 있던 CJ측 관계자들을 통해 이사실은 그룹으로 전해졌다.
비슷한 시각 서울 CJ그룹 본사. 이재현 회장의 차량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었다. 모 임원은 "임원들이 이 회장의 불참을 강력하게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이 '화단산성'을 쌓으며 강한 메시지를 전하자 30여분후 이재현 회장은 추모식 불참을 결정했다.
오후 1시. 그룹 홍보실 정길근 상무는 기자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 "회장님이 고민 끝에 추모식에 불참키로 했으며 오늘 저녁 CJ인재원에서 가족들과 제사를 지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산 다툼에서 시작된 양사 총수간 싸움은 결국 파행과 반쪽 추모식을 불러온 셈이 됐다.
한편 이날 저녁 9시 CJ인재원에서 이재현 회장을 제주로 하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제사에 삼성가의 참석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 24년간 제사에는 삼성과 한솔, 신세계 오너 일가들이 모두 참석해 왔다. 지난해까지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관장이 이재용, 부진, 서현 3남매중 한두명과 함께 참석해 왔으며 올해도 홍 관장이 삼성을 대표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