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애플 특허침해 여부 재검토"..삼성전자 '막판 뒤집기'?

“삼성-애플 미국 본안소송 결과 반영해 최종판결 도출”

입력 : 2012-11-20 오후 2:26:44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미국에서 애플의 특허공세에 밀려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삼성전자(005930)가 기사회생의 기회를 잡았다.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애플과 삼성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국 내에서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주요 스마트 기기의 판매금지 위기에 처했던 삼성전자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졌다.
 
이번 ITC의 결정은 지난 9월 애플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무선통신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결에 대한 재심의 결과로, 예비판결 이후 즉각 재심사를 요구하며 반발한 나선 삼성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아담 예이츠 미 삼성전자 법인 대변인은 "ITC의 재심사 결정을 환영하며, 최종 판정에서 삼성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반면 애플 측은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애플이 무선통신 관련 표준특허 2건과 전화번호 자판을 누르는 방법에 관한 특허, 디지털 문서를 열람·수정하는 내용의 특허 등 자사 보유 특허 4건을 침해했다며 애플 제품의 미국 내 수입금지를 ITC에 요청했다.
 
하지만 ITC는 지난 9월 예비판결에서 이를 기각하는 예비판결을 내렸고, 삼성전자는 즉각 재심을 요구했다. ITC는 이번 결정을 통해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 4건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지난 판결을 다시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공지문을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ITC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재검토에 필요한 자료들을 요청할 계획이다. ITC는 양사에 특허침해, 특허권리 범위 해석, 프랜드(공정하고 합리적, 비차별적인) 이슈 등에 대한 13개 항목의 질의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각각 내달 3일과 10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와 함께 ITC는 최종 판결을 위해 양사가 주장하는 특허권의 공익적 측면과 권리 침해에 따른 법적 제재 방안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이를 종합한 최종 판결은 내년 1월14일에 발표된다.
 
한편 블룸버그 등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이 같은 ITC의 결정을 타전하며 "삼성이 무역위원회를 상대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삼성 특허를 침해했다고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ITC의 재심사 판결이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그리고 자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특허소송에서 관습적으로 자국 보호주의 행태를 보여 왔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다소 의외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ITC의 결정이 오는 12월 발표 예정인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지방법원에서의 본안판결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린 이번 본안소송 최종판결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ITC로서도 부담스러운 입장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제특허법인의 한 관계자는 "ITC가 이번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애플과 삼성의 소송을 단순히 법리적으로만 판단하기엔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12월초 새너제이 법원의 판결을 반영해 1월에 최종 판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새너제이 지방법원은 삼성이 애플 특허권 6개를 침해했다고 평결하며 삼성전자에게 애플에 10억5000만달러(1조200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심원 평결이 12월 최종판결에서 뒤집히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 IT업계의 조명 속에서 진행된 양사의 본안소송은 배심원단의 전문성부터 형평성까지, 수많은 논란을 양산시켜 왔다. 특히 여타 3국에서 진행된 판결과 상반되는 내용이 나오면서 미국의 지나친 자국 보호주의에 대한 비판도 강해졌다.
 
법조계에서도 양사가 첨예한 특허공방을 벌이고는 있지만 결국엔 크로스 라이선스(상호 특허공유) 방식의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관건은 상대방의 특허사용료를 어느 수준까지 낮추고 자사의 특허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
 
기업간 특허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거대 기업 간 특허전에 있어서 일방적인 승리란 있을 수 없다”며 “현재 삼성과 애플이 벌이고 있는 공방은 향후 크로스 라이선싱 과정에서 유리한 조건을 받아내기 위한 '고지전'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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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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