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21일 야권 두 후보가 단일화를 위한 이른바 '맞짱 TV토론'을 예고한 가운데,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모든 일정과 공약 발표를 최소화하면서 TV출연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TV토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동안 자신이 강조해온 '준비된 여성 대통령'을 강조, 야권 두 후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박 후보 캠프에서는 각종 논평과 브리핑을 갖고 '야권 후보 때리기'를 통해 단일화 토론 힘빼기를 기대하고 있다.
◇朴, 오전 일정비워.. TV출연에 집중
박 후보는 대선 빅3 후보가 차례로 하루씩 하는 방송기자클럽 TV토론회에 오는 22일 출연한다.
일단 박 후보는 TV출연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주 일정을 지난주의 절반으로 줄였으며, 이번주(19~21일)에는 아예 오전 시간까지 비워놨다.
다만, 23일로 예정됐던 박 후보의 '단독 TV출연'은 26일로 연기될 전망이다.
야권 후보의 단일화 토론 직후에 나설 경우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는 반면, 후보 등록일 후인 26일에는 정식 후보로서 첫 TV출연을 갖기 때문이다. 현재, 새누리당에서는 23일과 26일을 두고 고심하며, 단독 TV출연을 주관하는 KBS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게 박 후보의 의지인 만큼 이번 TV출연에서도 민생문제 해결사임을 적극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는 또 토론회 단골 메뉴인 과거사 문제나 최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란 등 예상 가능한 쟁점 사안에 대해 감정조절 등 다각도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 후보가 언론사 초청 토론회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한 전력이 있어 더욱 그렇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TV출연에 앞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과 21일에 기자들과 만나 "나라의 운명과 개인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선이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했다"며 "그런 과정(TV 출연)에서 이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공보단장도 "박 후보는 정치권 입문 이후 정치권에서 인정받은 관훈클럽과 방송기자클럽 TV토론회를 통해 각각 4차례와 6차례 검증을 받은 유일한 대선후보"라고 강조했다.
◇'朴 단독토론?..부정적 여론 형성"
일각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TV토론의 맞불로 인식되고 있는 '단독 TV토론'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나고 있다. 트위터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단독 토론'이라는 단어를 놓고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는 양상이다. 최소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둘 이상의 사람이 있어야 성립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정세균 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단독 토론회라는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듣습니다. 여러분은 들어보셨습니까"라며 단독 토론을 비판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TV토론 시 이회창 60분, 권영길 40분씩 단독토론 보장되었다. 박근혜 후보에게만 TV토론 보장되어선 안 된다"면서 "심상정 후보에게도 같은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진보정의당은 이날 "대통령 후보로서의 검증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하는 토론쇼를 원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박 후보가 진정 국민의 알권리와 후보검증을 위한 토론을 원한다면 심 후보와의 1대1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또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단독 TV토론 추진'이라는 기사를 링크하며 "각하, 기회입니다. MC하세요. 각하가 지적(知的)으로 비춰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입니다"라고 비난했다.
◇與, 단일화 때리기 집중공세
새누리당은 두 후보 측의 후보 단일화 간 신경전을 '이전투구'로 몰아붙이면서 단일화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사이의 후보사퇴 협상이 가관이다. 가치연대니 철학의 공유이니 하는 말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너 죽고 나 살기'식 이전투구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전광삼 수석부대변인도 "양 측은 협상 과정에서 합의되지도 않은 내용을 각자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 언론에 흘리는 반칙을 동원하며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네 탓 공방'만 벌이며 팽팽한 기싸움만 이어가는 양상이다. '협상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안 후보의 말은 그같은 이전투구에 빛을 바랬다"고 말했다.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 "양측이 감동적인 그림을 그리고 단일화 논의를 시작했는데 실제 상황에 들어가서는 서로 배수진을 친 형국"이라면서 "안 후보로 단일화시 민주당이 붕괴위기에 직면하고, 문 후보로 단일화시 안 후보의 지지기반이 공중분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측이 '큰 형님, 착한 동생' 그렇게 가면서도 밑에서는 엄청나게 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현안 브리핑에서 "두 진영이 며칠 사이에 벌인 꼴불견과 추태에 대해, 아름답지 못한 행태로 국민을 피로하게 만든 것에 대해 사죄와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두 후보는 TV토론에서 현란한 미사여구로 국민을 위하는 척 할지는 모른다"면서 "그러나 그들의 속 마음은 한 후보를 불쏘시개하려는 흑심으로 가득 차 있지 않느냐고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사실을 두 후보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