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확히 15년 전, 1997년 11월21일 우리나라는 국제통화기금(IMF)에 긴급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파산위기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IMF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후 온 국민이 금 모으기 등 뼈를 깎는 고통을 참아내며 2년여 만에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극복했다.
15년이 지난 지금, 한국경제는 국민소득 2만달러와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열고 국가 신용등급도 한 단계 올라섰다. 외화보유액 역시 16배 가까이 늘려 세계 7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양극화, 고용의 질 악화 등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국내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절반으로 반토막 나고 분배 구조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경제가 다시 '기로'에 섰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실질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에는 -5.7%라는 사상 최악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1999년에는 10.7%를 기록, 반등에 성공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2008년 2.3%, 2009년 0.3% 등 성장률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올해 역시 세계경기침체와 내수부진으로 3%를 넘기기 어려운 저성장 국면에 처해 있다.
한 국가의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도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1990년대 6.1%이던 잠재성장률은 2000년 이후 4%대, 2010년 이후에는 3%대로 하락한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작년부터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만큼 경제의 활력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국가경제의 덩치는 커졌지만 사회통합을 해치는 경제 양극화는 더욱 악화됐다. 1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의 불평등이 커짐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지난 1997년 0.264에서 작년에는 0.313으로 상승했다.
소득수준이 중간에도 못 미치는 인구 비중을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같은 기간 8.7%에서 15.0%로 급등했다. 전체 가구를 소득 순으로 배열해 최상위 20%의 소득을 최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5분위 소득배율 역시 같은 기간 3.97에서 5.96으로 증가했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이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전 경제성장률의 평균은 6~7%대로 높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4%대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3%대에 그치는 등 성장률이 예전보다는 많이 떨어진 상황이며 세계경제의 어려움과 맞물려 경제가 많이 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고용없는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성장률이 높아지면 고용도 함께 많이 이뤄졌는데, 현재는 1% 성장할 때 고용은 6만명 정도 수준에서 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성장보다는 분배에 초점이 맞춰져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지만 3~4%대의 경제성장률 속에서 일자리가 더 이상 늘어날 수는 없다"며 "성장을 높이는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면서 그에 걸맞는 복지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