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90년대 발라드로 가득 채운 주크박스 뮤지컬이 온다.
21일 뮤지컬 <내 사랑 내 곁에> 제작팀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열고 그동안의 준비과정을 공개했다.
이 작품은 90년대에 다채로운 히트곡들을 쓰고, 이승환과 함께 프로젝트 그룹 '이오공감'을 결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곡가 오태호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다.
유명 작곡가의 곡을 뮤지컬 넘버로 삼는 까닭에 이 작품은 자연스레 이영훈 작곡가의 곡을 토대로 한 뮤지컬 <광화문 연가>와 비교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 사랑 내 곁에>가 제2의 <광화문 연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단은 관객들에게 친숙한 곡을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다는 것이 이 극의 최대강점이다.
'내 사랑 내 곁에', '사랑과 우정 사이',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아이 미스 유(I miss you)', '눈물로 시를 써도', '하룻밤의 꿈',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 '이별 아닌 이별',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또 다른 시작' 등 뮤지컬 넘버에는 90년대 감수성을 자극하는 노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날 제작 발표회에서는 출연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기억 속의 멜로디(전원)', '화려하지 않은 고백(장우수)', '나는 나일 뿐(서지훈, 전지윤)', '한 사람을 위한 마음(유주혜)', '사랑과 우정 사이(김정민)', '하룻밤의 꿈(홍지민)', '이별 아닌 이별(박송권, 배해선)', '내 사랑 내 곁에(전원)' 등을 선보였다.
이날 선보인 곡들은 맑고 담백하게 불렀던 90년대의 노래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를테면 록발라드 가수로 널리 알려진 김정민이 피노키오의 '사랑과 우정 사이'를 부르는 식이다.
예전 감성을 그대로 느끼기 원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각의 뮤지컬 넘버에 인물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녹아들기 때문에 원곡과는 전혀 다른, 뮤지컬 특유의 매력을 맛볼 수 있다.
세 가지 색깔의 사랑 이야기가 이 뮤지컬의 기본 틀거리다. 작품에는 옛 사랑을 그리워하는 윤주와 세용, 첫사랑의 풋풋함을 보여주는 복희와 강현,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승윤과 기혜 등 세 커플이 등장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과 인연의 고리를 펼쳐보인다.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지는 커플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것은 오르골의 멜로디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작곡가 오태호는 "벅차고 어려운 자리이고, 제게는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면서 "곡이 있는 상태에서 시나리오를 써 주시느라 수고 많이 해주신 전계수 감독님, 그리고 스태프, 배우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영화 '러브픽션'의 감독이기도 한 전계수 연출은 이날 최초로 뮤지컬에 도전하는 소회를 밝혔다. 전 연출은 "작곡가 오태호 곡의 감성에 가장 밀착한 세대를 지나온 경험이 있다"면서 "뮤지컬 극본 제의를 받았을 때 할 수 있을까 고민되기도 했지만 노래의 힘에 기대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지금은 흥분되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영화 문법과는 다른 만큼 뮤지컬계 선배인 김장섭 연출이 작품에 공동연출로 참여해 힘을 보태고 있다. 김장섭 연출은 "대본이 탄탄하게 나와서 전계수 감독이 요청했을 때 흔쾌히 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전 감독과 서로 협력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괄괄한 역할을 주로 맡았던 배우 홍지민의 변신도 눈여겨 볼 포인트다. 여주인공 중 한명을 맡은 홍지민은 "이번에 맡은 윤주 역할은 그 전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라며 "말랑말랑한 멜로, 삼각관계가 나와 어울릴까 싶었지만 감독님이 홍지민이라는 배우를 예쁘게 보여줄 자신 있다고 하셔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베테랑 뮤지컬 배우 홍지민과 배해선, 뮤지컬계의 떠오르는 신예 장우수, 서지훈 외에 가수 김정민, 전지윤(포미닛)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내 사랑 내 곁에>는 내달 11일부터 내년 1월20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 공연된다(문의 1577-33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