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원화 가치 상승이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정부가 외환 유출입과 관련한 추가 대책을 통해 환율시장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다.
원-달러와 원-엔환율이 동반하락하면서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들어왔고, 향후 환율변동성이 커지면서 급격한 외환유출도 우려되기 때문이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2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정부로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외환유출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조치를 할 단계가 가까워졌다"며 "내주 중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2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대책은 21일 끝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국내외은행에 대한 특별 공동검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최 차관보는 "검사는 끝났고, 그것을 분석하는데 1주일 정도 소요된다. 그 결과에 따라 어떻게 조치할지도 결정될 것"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제도적으로 거래에 대해 일일이 개입하기보다는 이런 분위기가 방지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신중함을 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현재 원-엔 환율은 21일 기준 1326.23원으로 지난해 7월 8일 1299.32원 이후 최저수준이며, 올해 들어서는 5개월만에 180원 넘게 급락했다. 원-달러 환율 역시 달러당 180원 선이 깨지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규제하는 대책을 우선 시행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미 이른바 3종세트의 외환규제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기존 조치의 강화방안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선물환 포지션은 은행의 자기자본대비 선물환 보유액을 뜻하는 것으로 한도를 줄이면 국내 시장으로의 달러공급을 당장 줄일 수 있다. 외국은행의 국내지점은 200%, 국내은행은 40%인 현재 수준에서 각각 150%, 30%로 줄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은행의 비예금성 외화부채에 계약만기별로 차등 부담금을 부과하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강화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는 통칙을 바꾸면 되는 선물환포지션과 달리 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시일이 걸리고, '환율 조작국'이라는 오명도 얻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최종구 차관보는 "선물환 포지션한도 같은 것을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데, 외환공동검사 결과를 보고 빨리 결론을 내도록 해보겠다"고 말했다.
최 차관보는 "원화가 계속 강세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너무 일방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그런 기대감 때문에 수출입업체들도 결제를 미루거나 이를 부추기는 딜러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최근에 보여지는 일방적인 솔림현상이 심화될 경우 정부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외환규제를 위해 도입하고다 하는 '토빈세'에 대해서는 "외환당국으로서 그런 통제수단을 갖는 것은 좋을 것"이라면서도 "말 그대로의 토빈세는 전세계가 동시에 해야하는 데 사실상 어렵고, 어떤 형태로든 자본유출입 완화장치가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측면에서 어떻게 정치화하고, 효과적으로 하겠느냐는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