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공화국②)"사회에 설 자리 없다"..고졸·대졸 취업 '바늘구멍'

취업스트레스·생활고에 우발적 범죄 '증가'

입력 : 2012-11-22 오후 5:04:09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여의도 한복판에서 발생한 흉기난동, 의정부역 흉기난동, 울산 슈퍼마켓 칼부림 사건. 최근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묻지마 범죄'다. 
 
묻지마 범죄는 아무 이유 없이 행해지는 것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낙오된 사람들의 자포자기형 분노 범죄다. 자신의 경제적 조건이 하락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이르자 불특정 다수를 향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경제적 어려움, 고용 불안, 잦은 실업, 사회적 차별 등 불안정한 사회의 구조적 영향 속에 패자부활조차 불가능한 환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뉴스토마토는 묻지마 범죄를 무조건 범죄로 여기기보다는 이를 양산하게 하는 사회적·경제적 근본적 원인을 파헤치고, 사회적으로 넘쳐나는 '화'를 유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우리 사회는 학력 만능주의였다. 성공은 학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너도나도 대학에 진학했다.
 
22일 통계청과 교육통계서비스의 2010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이 대졸자로 집계됐다. 20세 이상 성인 3676만5374명 중 대졸자는 1587만8204명으로 43.2%를 차지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지간한 학벌과 스팩으로는 일자리를 쟁취하기 어려워졌다. 이 때문에 학력 인플레가 생기며 고학력 백수가 넘쳐나고 있다.
 
10월 대졸 실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2만5000명) 증가했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대학 이상 졸업자의 취업률은 2000년 68.4%에서 2005년 74.1%로 올랐다가 2010년에는 55%까지 떨어졌다.
 
강동구에 거주하는 구모(27세) 군은 "학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장학금을 받는 등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며 "졸업 후 지원서를 100곳 정도 넣은 것 같은데 연락이 없다. 아무도 날 필요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대졸자들의 취업이 어려운 것은 상대적으로 근로·복지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대한 기피현상 때문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은 일 손이 딸려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만 대졸자들은 만족할 수 있는 곳에 취직할 수 있을 때까지 '취업 재수'를 자처하고 있는 것.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신입직 구직자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중 2명은 '올해 목표기업에 취업하지 못하면 취업재수를 할 것'이라 답했다.
 
공기업(61.5%)과 대기업(50.0%)을 목표로 하는 구직자의 취업 재수 의지가 높았고 중견기업(47.7%)·중소기업(45.2%)은 이보다 낮았다.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되면서 고용시장 문이 더 좁아진 가운데 최근 고졸자를 위한 열린 채용이 확대되면서 대졸자는 더 설 곳이 좁아졌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포착됐다. 정부가 학벌 위주의 사회적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특성화고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어느 대학을 나왔냐에 따라 평생이 좌우되는 것 아니라 능력과 열정·자기계발 등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자는 데 공감이 생긴 것이다.
 
고등학생들은 일찌감치 어중간한 대학에 가느니 현장에서 일할 수 있는 실무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마이스터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 준비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을뿐 마이스터고 출신이 대기업·공기업 등 안정적인 일자리에 속속 취업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청년 고용률 하락이 주춤해졌다. 15~24세의 청년고용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6.5% 낮은 가운데 정부가 고졸자 채용을 주도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전문계고의 진학률은 2001년 27만명의 전문계고 졸업자 중 취업자는 48.4%에서 2003년 38.1%로 줄었다. 2005년에는 27.7%, 2008년 18.9%, 2009년 16.7%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아직 고졸에 대한 공기업·민간기업의 수요가 많지 않다. 기업으로서도 고졸자 취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이스터고 중 하나인 울산에너지고에 재학 중인 최모(17세)군은 "실제 많은 선배들이 취업을 하고 있다"면서도 "고졸자에 대한 수요가 적기 대문에 취업할 때 경쟁이 심하다"고 토로했다.  
 
고졸·대졸할 것 없이 '낙타바늘 통과하기'만큼 취업이 어려워지자 스트레스와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특히 고학력자 범죄 증가가 눈에 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각종 범죄로 입건된 사람 중 대학원생 이상 학력자는 2만3719명으로, 2007년에 비해 2.4배 증가했다. 특히 생계형 범죄 중 하나인 절도로 붙잡힌 고학력자는 같은 기간 8배 급증했다.
 
도봉구에 거주하는 주부 한모(41세) 씨는 "아들이 2년째 취업이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어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국가 차원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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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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