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 전자업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경영 악화를 이유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연이어 이들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소니와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을 모두 정크 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소니의 신용등급은 종전의 BBB-에서 세 단계 떨어진 BB-로, 파나소닉의 신용등급은 BBB-에서 두 단계 낮아진 BB로 조정됐다. 모두 투자부적격을 의미하는 정크 등급이다.
이어 피치는 이들 기업에게 모두 '부정적'인 장기 등급 전망을 부여했다.
피치는 성명을 통해 "소니와 파나소닉은 엔고와 대내외 경제 악화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등급 강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신용등급이 B-로 6단계 하향 조정된 샤프와 함께 일본의 3대 전자업체는 모두 투자부적격 등급에 놓이게 됐다.
1980년대 전세계 전자산업을 이끌던 일본의 두 기업이 경쟁자의 공세와 경영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스티브 드로스 피치 등급조정 담당자는 "이들 기업의 미래는 적자 절감과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 여부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이날의 등급 강등에 대해 소니와 파나소닉 관계자는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3대 신평사, 잇따른 등급강등..실적 부진 원인
일본 전자업체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피치 뿐만이 아니다.
무디스는 이달 들어 소니와 파나소닉에게 연이어 투자 등급 중 가장 낮은 Baa3를 부여했고 샤프에는 지난 9월 투자부적격을 의미하는 Not prime의 단기 신용등급을 제시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소니와 파나소닉의 등급은 BBB로, 샤프의 등급은 B+로 부여하고 있다.
◇日 전자업체 신용등급 (자료: 뉴스토마토)
일본 전자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강등되는 것은 이들이 적자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니는 2분기(7~9월)에 155억엔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같은기간 파나소닉은 6898억엔, 샤프는 748억엔의 적자가 발생했다.
연간 순익 전망도 파나소닉과 샤프는 각각 7650억엔 적자, 4500억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니는 200억엔 흑자를 볼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의미있는 회복은 매우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며 "핵심제품의 부재, 치열한 시장경쟁, 경기 침체 등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니·파나소닉·샤프 시총, 삼성 10분의1 수준
일본 대표 전자기업들의 부진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한때 기업 가치가 1억2000만달러에 달했던 소니는 올해 40%의 부를 잃었으며 파나소닉도 38%의 주가 하락을 겪었다.
30여년만에 주가가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소니, 파나소닉, 샤프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240억달러다. 5280억달러의 애플과 1920억달러의
삼성전자(005930)와 비교하면 한 없이 초라한 수준이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자산 매각에도 나섰지만 상황을 개선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미즈 미츠오 이와이코스모홀딩스 애널리스트는 "신용등급 강등은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이들 기업에게서 회생의 가능성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