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유럽연합(EU)이 예산 합의를 둘러싸고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브뤼셀에서 이날 시작된 EU 정상회담이 장기 예산안 승인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에 예산안 삭감을 요구하면서 영국의 EU 탈퇴설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캐머런 지지세력 모으며 EU 당국 압박
이날 회담에 참석한 캐머런 총리는 헤르만 반 롬푀이 EU 의장과 호세 마누엘 바로소 집행위원장을 만나 집행자금에서 60억유로를 삭감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EU 지도부는 영국이 제시한 긴축안이 통과되면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나 스페인의 반발이 커질 수 있어 유럽 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EU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는 국가들은 영국 뿐만이 아니다.
라트비아 역시 이번 예산안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으며 네덜란드와 북유럽 국가들도 예산 부담을 덜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佛, 남유럽 국가들 긴축에 강력 반대
그러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 등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는 EU로부터의 농업 보조금을 지키기 위해 예산안 삭감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
폴란드 역시 유로존 내 빈국들을 지원하는 '통합기금'에 찬성하고 있어 삭감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과 아직 성장을 이루지 못한 동유럽 지역도 EU로부터의 지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 영국의 제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결국 유럽연합(EU) 탈퇴하나
EU예산안을 놓고 영국이 다른 회원국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영국이 조만간 EU를 탈퇴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설은 이미 최근 몇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독일과 프랑스에 밀려 유럽 내에서 영국의 입지가 좁아졌고, 통화 단일화로 금융 중심지었던 런던의 기능이 위축된 탓이다.
지난 18일 영국 현지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 56%가 EU 탈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U 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은 어떻게 해서든 영국이 예산안에 합의하고 유로존에 잔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EU내부에서도 영국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EU 관계자는 "많은 국가들이 '우리가 왜 영국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갖고 있다"며 영국 문제에 대한 EU 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