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불경기와 저금리 여파로 신용협동조합이나 새마을금고를 찾는 서민들이 늘어나면서 상호금융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자금을 운용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가계대출 연체율의 상승의 속도도 빨라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지 모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신협의 수신액는 47조6642억원으로 상호저축은행의 수신액(47조2701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수신액이 41조8882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수신액은 올들어 5조원 이상 증가했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지난달말 수신액이 90조9143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90조원을 돌파했다.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말 수신액은 79조8765억원으로 올해에만 12조원 정도의 수신액이 늘었다.
저금리 여파가 지속되면서 금리가 조금이나마 높고 비과세 혜택이 있는 상호금융에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상호금융사의 1년만기 정기예탁금 금리는 지난 9월말 기준 3.69%로 은행권의 저축성수신금리(3.18%)보다 0.5%포인트 정도 높다.
수신액 뿐만 아니라 여신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신규대출을 줄이자 저신용층이 상호금융 쪽으로 쏠리며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규모와 연체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말 기준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잔액은 228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 말보다 7.2%(15조원) 증가했다. 같은기간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이 3.6%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두배에 달한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몰리다보니 연체율도 자연히 높아졌다. 지난 8월말 기준 상호금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07%로 1.01%인 은행권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연체율 상승세도 빨라 지난해말(3.92%)보다 0.75%포인트 증가했다. 같은기간 은행의 연체율은 0.72%에서 1.01%로 0.29%포인트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두배 이상 빠른 속도다.
이에 대해 상호금융 업계 관계자는 "햇살론 등 서민금융 대출을 많이 운용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것"이라며 "현재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으로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저소득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부실 여신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상호금융의 경우 후순위 대출이 많아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거나 경기가 더 악화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내년 초 상호금융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상호금융사에 자본확충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스트레스 테스트에 앞서 금감원은 지난 20일부터 신협중앙회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협의 자금운용 현황과 부실대출 관리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