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이건희 회장 체제 25년의 ‘명과 암’

①이건희의 삼성, 한국을 넘어 세계로!

입력 : 2012-11-27 오후 3:57:11
[뉴스토마토 곽보연·황민규기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의 총수자리에 오른 이후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고 이병철 선대 회장의 선택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늘날 이건희 회장 체제의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하다. 브랜드 가치로 세계 9위에 이름을 올린 삼성은 '한국의 삼성'이 아니라 '삼성의 한국' 으로 알려질 만큼 커다란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명(明)이 있다면 암(暗)도 있는 법. 삼성의 독주가 이어질수록 우려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전체 매출이 우리나라 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경제력 집중현상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와 맞물려 삼성에 대한 경계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 재계 1위 기업의 숙명인양 동반성장, 공정거래 등 기업윤리적 측면에서 삼성은 늘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삼성이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건희 회장 취임 이후 지난 25년간 삼성이 우리 사회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3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삼(三)'은 크고 많고 강하다는 뜻이며 우리민족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다. '성(星)'은 밝고 높고 깨끗이 빛나며 또 영원한 그 무엇이다. 이런 바람을 담아 ‘삼성(三星)’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이병철 삼성회장)
 
지난 1938년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은 쌀을 팔아오며 키운 수완으로 '삼성상회'를 세웠다. 청과류와 건어물을 판매했던 삼성상회는 설탕을 만드는 제일제당과 양복을 짓는 제일모직으로 규모를 키웠다.
 
50여년의 시간을 한결같이 걸어온 이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1987년 12월1일 셋째 아들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사기(社旗)를 물려받았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 체제 아래 25년간 삼성은 시가총액 303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1980년 고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사진=삼성)
 
◇삼성 매출액, 한해 나라 예산과 대등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다. 지금처럼 잘해봐야 1.5류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야 한다."
 
지난 1993년 이건희 회장은 삼성 전계열사 사장단을 프랑크푸르트에 집결시킨 뒤 이같이 말했다. '도전'과 '혁신'을 강조한 이건희 체제 25년의 성과는 매출액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삼성의 예상 매출액은 384조원으로 IMF가 추산한 올해 국내총생산 1262조3975억원의 30.42%에 이른다.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취임 후 삼성그룹의 연계매출은 지난 1987년 9조9000억원에서 올해 384조원으로 규모가 39배 가까이 늘었다.
 
올 한해 우리나라의 1년 예산이 32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삼성이 한해 나라살림보다 60조원이나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삼성의 시가총액은 지난 87년 1조원에서 현재 303조원으로 303배가 불어났다. 현재 전세계에서 삼성에 근무중인 임직원 수만 하더라도 42만명으로, 취임 당시 10만명 불과했던 임직원이 25년 사이 4배로 불어났다. 협력사까지 포함할 경우 삼성의 임직원은 6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협력업체 안키우면 삼성도 살아남기 어렵다"
 
삼성의 성장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과 협력사들간 동반성장의 중요성에 대해 취임 직후부터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89년 1월 신년사에서 "삼성의 협력업체도 바로 삼성가족"이라며 "그들에게 인격적인 대우와 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회사와 협력업체가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영을 선포했던 1993년에도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업'의 개념은 양산 조립업으로 협력업체를 키우지 않으면 모체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는 이건희 삼성 회장.(사진=삼성)
 
지난 1996년에는 신년사를 통해 "협력업체는 우리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신경영의 동반자"라며 "협력업체의 질적 수준이 세계일류로 올라갈 때 비로소 우리가 목표로 하는 세계일류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삼성은 경쟁력있는 협력사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육성하고 협력사의 인재 발굴에 동참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해왔다.
 
특히 지난 2009년에는 '혁신기술 기업협의회'를 구성해 거래여부와 관계 없이 핵심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중소기업에게 삼성과 공동 개발과제를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삼성의 9개 계열사가 1차 협력사 3000여개 업체와 협약을 맺고, 1차 협력사는 다시 2차 협력사 2000여곳과 협약을 맺어 모두 5208개 업체가 삼성의 동반성장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협약을 맺은 협력사에게는 재무건전화를 위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했고, 이밖에도 현금성 대금지급, 핵심부품 공동 연구개발, 특허출원 지원 등 모두 6100억원 가량의 지원금을 집행했다.
 
삼성은 올해 참가 계열사를 11개로 늘리고 지원금 규모도 770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 가량 확대했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는 상생협력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상생협력센터를 CEO 직속 조직으로 개편하고, 부사장을 조직장으로 임명하는 등 '상생경영 7대 실천방안'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은 협력사의 도움 없이는 절대로 이룰 수 없었을 것"이라며 "끊임없는 혁신활동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온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초일류' 되려면 '국제화' 완성해야"
 
삼성의 시작은 곧 수출이었다. 1948년 삼성물산공사는 주로 홍콩·마카오·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설탕과 면사·재봉틀·비료 등 생필품을 수입하는 한편 마른오징어와 한천 등의 해산물과 면실박을 수출했다.
 
이건희 체제를 거치며 삼성의 수출품목 범위는 IT 제품부터 서비스까지 다양해졌다. 삼성 제품들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1987년 63억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올해 1567억달러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총수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87년 13.3%에서 28.2%로 두배가 넘게 증가했다.
 
◇삼성의 세계 진출 현황(사진=삼성블로그)
 
'삼성' 브랜드의 세계적 가치도 점점 높아졌다. 브랜드컨설팅업체 인터브랜드는 올해 '세계 100대 브랜드'에서 삼성을 9위로 선정했다. 인터브랜드가 추산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328억9000달러로 지난해 추산액보다 40%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이 세계시장을 무대로 활약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이 회장의 '국제화'에 대한 비전이다.
 
이 회장은 1996년 신년사를 통해 "21세기 우리의 기회는 세계에 있으며 초일류 기업도 진정한 '국제화'가 완성될 때 비로소 달성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삼성 브랜드를 각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현지화전략을 실시했다. 단순히 제품 판매에 치중한 것이 아니라 삼성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특히 삼성은 13억명의 세계 최대시장 중국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중국인들의 생활 습관과 문화를 고려한 스마트폰과 TV 등의 제품을 출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삼성 중국법인은 중국의 대표적 스포츠팀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함으로써 중국인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쌓는데 성공했다.
 
단순 홍보를 넘어선 이같은 문화적 접근이 성공적인 현지화에 크게 한몫 했다는 평가다. 삼성의 이런 전략은 중국 문화의 특성상 신뢰가 쌓이지 않을 경우 현지화 전략이 실패로 돌아간다는 경쟁사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측면도 있다.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는 결과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그 근본이 되는 '마음'을 얻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건희 회장의 신념 아래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 굳건해지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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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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