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경기불황으로 조금이라도 값이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편의점에서도 PB상품(Private Brand·자체 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PB상품이 베스트셀러 제품의 인기에 편승하는 미투(me too) 제품으로 시작됐다는 설이 있지만 최근에는 기존 제품의 매출을 뛰어넘을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
PB상품 출시 초기에는 유통업체가 관련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했다면, 요즘에는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직접 손을 잡거나 아예 전담 개발팀을 두고 신제품 출시에 나서는 등 상품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27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 상반기 PB상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7%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PB상품의 매출은 전년보다 67% 뛰어올랐다.
전체 상품 중 PB상품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7.4%에서 2011년 9.4% 올해는 1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CU는 26일 1000㎖ 대용량 PB 우유를 출시하기도 했다.
매일유업(005990)과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서울우유 등 기존 유업체의 같은 용량의 상품에 비해 20%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CU는 2009년 PB커피우유 첫 출시 이후 초코, 딸기, 바나나 총 4가지 가공유 PB상품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제품은 매년 1.5배의 매출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1000콘바닐라(140ml, 1000원)'은 현재 아이스크림 전체 매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지난 8월 출시한 '1000칩 오리지널, 어니언(50g, 1000원)'은 지난달 주간 평균 115%의 놀라운 매출 신장률을 보이며 감자스낵 판매수량 랭킹 5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이달 25일 기준 PB우유 11종의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 증가율이 가장 높은 품목은 대용량 PB흰우유로 같은 기간 74.2%나 매출이 올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흰우유는 제품 간 차별성이 거의 없는 품목이기 때문에 가격이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광고비를 줄이고 생산과 물류의 집중도를 높여 원가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자체 마진까지 낮춰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다"고 전했다.
불황이 장기화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편의점 도시락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도시락 매출이 2009년에는 전년 대비 189.1%, 2010년은 113.5%, 2011년은 105.6%로 매출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계속되는 식당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으로 편의점 도시락 인기가 지속되면서, 올해도 이달(18일 기준)까지 57.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도시락이 도시락전문점에 비해 강점으로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도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신속성 그리고 도시락과 함께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반찬류, 생수, 라면 등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편리성 때문이다.
이외에도 지난해 5월 세븐일레븐이 자체 개발한 '와라 아이스바 시리즈(600원)'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은 학원가 점포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편의점 아이스크림 판매량 1위인 메로나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깊은산속옹달샘물(500㎖)'도 삼다수에 이어 생수 판매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한 기술 개발과 제휴를 통해 기존 제품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품질엔 별 차이가 없는 PB 제품의 인기가 날로 높아져 가고 있다"며 "편의점에서 판매율이 높은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스낵, 라면 등의 카테고리에서는 PB 신제품 개발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