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쿠팡과 티켓몬스터의 감정 대립이 점입가경이다. 소셜커머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양사는 서로를 견제하는 데 혈안이 된 상태.
최근 티켓몬스터는 쿠팡이 악성프로그램을 활용해 자사 고객을 빼가고 있다며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또 쿠팡이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자료를 인용, 높은 기업가치를 받았다고 홍보하자 전 언론사 상대로 잘못된 자료라고 알리기도 한 바 있다.
사실 한 업계에서 선두업체들 간의 갈등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곳에서 협상 없이 법적 분쟁과 언론플레이가 횡행한다는 것은 얼마나 두 기업 사이가 좋지 않은지 보여주는 예다.
왜 양사는 견원지간이 된 것일까? 이를 알려면 2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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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티켓몬스터는 청년창업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신현성 대표의 후광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회사를 방문해 격려하고, 소셜커머스 원조라 할 수 있는 그루폰과 수천억대 자산가 허민 전 네오플 대표가 거액으로 인수 제안을 했을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했다.
하지만 2011년 초반부터 쿠팡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미국에서 풍부한 벤처창업 경험이 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도 근무한 바 있는 이른바 ‘준비된 CEO’였다.
그는 투자유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뛰어난 사업수완을 선보임으로써 쿠팡을 수백개 소셜커머스 기업 가운데 순식간에 최상위 업체로 올려놓았다. 신 대표로서는 만만치 않은 적수를 만난 셈이다.
그 때 두 기업의 수장은 가끔 만나서 식사하고 전화통화도 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이 둘의 관계가 끊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쿠팡은 연예인 김현중을 모델로 기용한 상태였는데 티켓몬스터에서 블로그 마케팅을 할 때 그 사진을 무단으로 썼던 것.
김 대표는 “만약 철회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이 초상권 문제로 소송을 걸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했다”며 “그 이후로 연락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두 대표의 성향 차이를 언급하기도 한다. 신현성 대표는 공격적이고 직관적인 경영스타일에 조직 장악력이 높다는 평가다. 반면 김범석 대표는 안정적인 재무 운영과 데이터 기반의 전략 수립을 선호한다. 또 주말에도 나와 일할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두 기업의 내부 분위기도 많이 다르다. 티켓몬스터는 탈권위 수평문화라면 쿠팡은 체계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식이다.
양사는 트래픽과 거래액 모두 엎치락 뒤치락하며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다퉜다. 언론 응대부터 영업 현장에서까지 날선 신경전이 오갔다. 한쪽이가 조금 과장해서 “우리 이만큼 잘했다”고 말하면 다른 한쪽이 “왜 거짓말하냐. 우리가 더 잘한다”는 식이었다.
물론 대표들 간 성향이 다르고 조직원 간 자존심 싸움이 있다고 해서 갈등이 심화됐다고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평가다. 그저 이는 표면에 드러난 일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이 둘이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은 1등 프리미엄 효과를 얻기 위한 것이다. 비슷한 서비스가 많다면 결국 이용자는 인터넷 비즈니스 특성상 하나만 쓰기 마련이다. 네이버와 다음, 구글과 야후 등 다른 인터넷업계도 1, 2등의 격차는 매우 크다.
또 ‘투자’라는 요소도 갈등의 원인이 됐다. 쿠팡과 티켓몬스터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계속되는 투자가 필요하다. 극히 노동집약적인 사업모델 탓에 안정궤도에 올라서기전까지는 늘어나는 마케팅비와 인건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두 회사는 어떻게든 기업가치를 높여야 했고 ‘1등’이라는 타이틀을 확보해야만 했다.
최근 시장상황이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쿠팡과 티켓몬스터는 매달 수십%씩 성장했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성장세가 완만해진 상황이다. 3, 4위 업체인 위메프와 그루폰코리아의 형편은 더욱 좋지 못하다. ‘대마불사’가 되기 위해 1등에 목을 멜 수 밖에 없다.
결국 쿠팡과 티켓몬스터는 생존과 성장을 위해 법적 투쟁까지 감수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에 불편한 시선도 존재한다. 여전히 서비스 품질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 만족이 아닌 비생산적인 일에 힘을 쏟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양사 관계자는 “충분히 외부의 비판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사업성과가 비슷한 상황에서 두 회사간 서열이 정리되지 않는다면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