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또 다시 과거에 갇혔다. 미래는 실종됐다. 박근혜 대 문재인의 싸움은 박정희 대 노무현 대리전으로 변질됐다. 영화 ‘아바타’가 18대 대선 극장에서 재상영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 양측의 설전은 향후 전개될 대선 프레임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27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향해 “스스로를 폐족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실세”로 정의했다. 또 “단 한 번이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 적이 없다”고까지 했다. 문 후보의 근간이 되는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함과 동시에 실세가 폐족으로 반성하며 은둔하지 않고 대선후보로 나섰다는 주장이다.
문 후보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 박 후보를 겨냥해 “과거 5.16 군사 쿠데타와 유신독재 세력을 대표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이어 “지금도 5.16 쿠데타와 유신독재를 잘했다고 찬양하고, 미화하는 역사인식으로는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박 후보에 대한 직격탄이었다.
태생적 한계인 까닭에 원죄임에 가까운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향해 공식 선거전 첫날부터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전략적으로 양 진영은 ‘민주’와 ‘민생’에 약점을 지니고 있는 서로의 집권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데 주력했다. 지지층의 결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중도층에 대한 선택지를 건넨 것이다.
그러면서 유권자들의 눈살은 더욱 찌푸려졌다. 기존 정치권을 집어삼켰던 안철수 현상에 담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질타였다. 이는 결국 정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국민들은 양당 모두 과거 세력으로 보고 있다”면서 “누구도 미래를 말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과거 속에 서로를 가두기 위한 비난과 비난이 맞물리면서 미래와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양 진영의 전략적 수 싸움 속에 두 전직 대통령이 무덤에서 부활하면서 2012년 대선판을 활보하고 있다. 단 한 사람. 심판과 평가의 대상이 돼야 할 현직 대통령은 현실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