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임애신기자]
알뜰주유소는 지난해 기름값이 치솟자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는 한마디에 탄생했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이 정유를 대량 구매해 구매단가를 인하하고 이를 기름값 하락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지식경제부의 목표였다.
그 일환으로 알뜰주유소에서 알뜰주유소 할인 카드로 결제할 경우 할인폭을 확대하겠다며 알뜰주유소 전용 카드도 선보였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할인카드는 허울일 뿐,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일반 주유카드에 비해 특화된 점이 없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소비자들과 카드사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 알뜰주유소카드의 현주소와 원인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집중 분석해 봤다. [편집자주]
알뜰주유소 카드를 소비자들이 외면하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는 카드사 역시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큰 이익이 되지 않지만 정부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정책에 협조하는 듯한 '제스쳐'만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카드업계와 지식경제부·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은행과 NH농협 두곳 만이 알뜰주유소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여기에 외환은행과 롯데카드가 추가로 제휴를 맺고 알뜰주유소 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올해 안에 신규 제휴 카드 출시할 목표였지만 물 건너 가게 됐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시스템개발 문제로 내년에 발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업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 중 한 곳이 이미 알뜰주유소 카드 상품을 내놨고, 앞으로 두 곳이 신규 발급할 계획이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얼마나 더 많은 카드사가 제휴를 맺고 알뜰주유소 카드를 선보일 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카드사로서는 이익이 되지 않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는 것.
지식경제부가 초기에 알뜰주유소 카드 발급을 위해 은행계를 포함한 모든 카드사에게 공문을 보냈지만 참여를 원하는 곳이 두 곳에 그친 것도 이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 시책에 따라 제휴를 맺고 알뜰주유소 카드를 발급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다른 카드사에서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알뜰주유소카드에 대한 국민들 반응이 정부 기대보다 낮음에도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를 위해 관련 카드 출시를 확대한다는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
카드사로서는 부담이다. 현재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신용카드 발급 조건 강화 등 금융당국이 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높이고 있어, 카드사들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조차 등 돌린 돈 안되는 알뜰주유소 카드 발급에 카드사들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A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도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인데 소비자들의 호응이 크지 않은 상품을 발급하기 좋아할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제휴 카드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관련 예산 중 알뜰주유소카드 관련 예산은 전혀 없다.
석유공사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카드 발급은 은행이나 카드사에서 만드는 것이므로 정부 예산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알뜰주유소를 발급하고 있는 한 카드사는 "카드를 발급하는데 있어 정부의 지원은 없다"며 "알뜰주유소카드는 정부의 정책상 사회공헌 차원에서 상품을 내놓고 있어 마진은 크지 않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대부분 카드사들은 특정주유소가 아닌 알뜰주유소를 포함한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1개 이상 선보이고 있다.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도 알뜰주유소 카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다.
B카드사 관계자는 "소비패턴에 맞춰 대부분 카드사에서는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며 "굳이 알뜰주유소 특화 카드를 따로 발급해야 할 필요성은 사실상 없다"고 털어놨다.
석유공사 한 관계자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카드사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정부 정책에 협조하는 것이고 아니면 아닐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