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성과에 대해 충분히 인정받고, 제대로 보상받아야 한다."
지난달 중순 열린 임원 세미나에서 시장선도를 주문하며 이에 걸맞은 보상을 약속했던 구본무
LG(003550)그룹 회장의 공언이 그대로 이뤄졌다.
28일 단행된
LG전자(066570)의 임원인사를 살펴보면 따가운 질책보단 시장선도에 대한 강렬한 주문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이번 임원인사는 LG그룹의 맏형격인 LG전자의 MC사업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MC사업부는 올 하반기 회장님 폰으로 불리는 '옵티머스G'를 출시하며 ‘휴대전화 명가 부활’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이었다. 옵티머스LTE2를 필두로 옵티머스G, 넥서스4 등을 통해 제품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지난 1분기와 3분기에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낮은 판매량이 발목을 잡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종석 MC사업부 부사장의 교체설이 도는 등 연말 인사를 앞둔 LG전자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하지만 박 부사장이 그대로 유임되면서 일단 큰 고비는 넘겼다는 분위기다. 다만 상무 승진자에 3명의 이름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사장과 부사장, 전무 승진 명단이 전무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런 결과는 MC사업부가 회복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아직은 휴대폰 명가의 재건에 도달치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임원인사의 하이라이트는 LG전자의 핵심 사업인 백색가전 부문의 약진이다.
HA사업부에서만 두 명의 사장을 배출했다. 이 가운데 고졸 출신의 조성진 세탁기 사업본부장(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단연 눈길을 끈다.
조 부사장은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한 뒤 입사해 35년 넘게 세탁기 사업에서 한우물만 판 인물로,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등으로 이끄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냉장고 사업부장인 박영일 전무도 2년 만에 부사장으로 발탁 승진돼 주목을 받았다. 박 전무는 지난 8월 출시한 세계 최대용량의 910리터 냉장고를 통해 차별화된 성과를 낸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이같은 HA 사업부의 선전은 대내외 경기침체 속에서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지키고,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한 점을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인사를 통해 연구개발 부문의 역량 강화를 뒷받침하고자 한 점도 눈길을 끈다.
LG그룹은 지난 10월 중순 개최한 임원세미나에서 핵심 연구개발(R&D) 인재확보를 위해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을 확대하고,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춰 이번 인사에서는 곽국연 수석연구위원을 부사장급 수석연구위원으로, 민경오 연구위원을 전무급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시키는 등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보상도 대폭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