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한상대 검찰총장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의 감찰을 지시함으로써 촉발된 검찰 내부 갈등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갈등이 검찰 내부의 서울대 라인과 고려대 라인의 충돌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대 법대 출신의 한 총장과 서울대 법대 출신의 최 부장을 중심으로 그동안 내재되어 있던 양 학교 출신 검사들 간 갈등이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고대 법대를 나온 한 총장은 검사 임용 후 순탄한 길을 걸어왔으나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를 구속기소하고 참여정부가 들어서자 지방을 전전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한 총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을 지내며 다시 상승세에 들어섰다.
이어 보통 서울고검장을 지낸 뒤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지 않는 관행을 깨고, 한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이어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검찰총장 자리에 올랐다.
한 총장은 검찰총장 자리에 오르면서 '공안'을 강조하는 등 정권 코드에 맞는 행보를 보여왔고 검찰 주요 요직에는 고대출신 인사들을 앉혔다.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과 이진한 대검 공안기획관, 김영진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이금로 서울중앙지검 2차장 검사, 박계현 대검 대변인 등이 한 총장의 신뢰를 받는 대표적인 고대 출신 인사들로 꼽힌다.
모 변호사는 "예전에도 검찰 내부에서는 총장이 어느 대학 출신이냐에 따라 (혜택을 받는 검사들이) 확실히 다르다는 얘기가 있어왔다"면서 "평검사는 몰라도 간부급에서는 분명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출신 검사들이 승승장구하면서 기존 검찰 세력의 주류를 이뤘던 서울대 출신 검사 일부는 이에 불만을 품어왔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평소 검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서울대 출신 최 부장을 중심으로 서울대 라인이 고대 라인을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고대 출신의 한 간부급 검사는 "서울대와 고대가 서로 맞붙었다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서 "검찰에서 고대는 소수고 서울대가 다수다. 고대 출신이 소수다 보니까 얘기가 많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고대를 나온 대통령 밑에 총장이 고대 출신이니 얘기가 안 나올 수 없다"면서 "그래서 고대 출신들이 혜택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검찰 내부에 있다. 주로 서울대 출신 검사들이 그런 말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 출신이라고 해서 고대 출신 총장을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검찰 내부에서 학연을 나눠 이런 얘기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편, 한 총장은 대검 간부들의 잇따른 용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거절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