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안철수식 타이밍 정치가 가동됐다. 대선후보 직함을 내려놓고 ‘백의’를 입은 그가 ‘종군’을 위해 적절한 시기를 엿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 핵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후보가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결국 지원에 나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28일 있었던 오찬에서도 이 같은 의견들이 오갔다. 10여명의 참석자 전원이 몸과 마음을 추스르는 대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 전 후보는 묵묵히 듣기만 했지만 표정은 밝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표정에서 이미 지원을 마음먹고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후보단일화 과정에 대한 섭섭함과 TV토론에서의 공세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함께 한다’는 대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얘기도 흘러 나왔다.
다만 문제는 시기와 방법이다.
문재인-안철수, 양측 진영은 물론 대다수 정치 평론가들은 적절한 타이밍을 저울 중일 것으로 바라봤다. ‘이대로 가면 진다’는 절박함이 극대화됐을 때 안철수의 힘을 보여줄 것이란 의견이다. 안 전 후보가 움직임으로써 다시 판세가 역전되는, 그래서 정치의 동력을 얻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격차를 내주며 밀리고 있어 지원 시점은 크게 늦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고민이 있다. 지원 수위와 방법이다.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과 문 후보 측에 달렸다는 게 안철수 캠프의 의견이다. 민주당이 새 정치에 대한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담아내고 이행하는지 여부가 안 전 후보의 지원 수위를 결정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안 전 후보의 얼어붙은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문 후보의 진심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였다. “우리는 모든 것을 내줬다. 그쪽은?”이란 반문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안철수 바람을 타려면 안철수를 업어라”는 주장도 있었다. 다만 또 다른 딜과 조건처럼 내비칠 것을 우려하며 “민주당이 하기 나름이다. 그쪽이 결정해야 한다”고 공을 넘겼다.
민주당은 그럴수록 애가 탔다. 이미 라인을 총동원해 안 전 후보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닿지 않았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엔 안철수 전 후보의 공약을 대폭 반영해 재정리했다.
또 문 후보는 연설 때마다 안 전 후보에 대한 고마움을 피력하고, 새 정치에 대한 열망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른바 안 전 후보를 끌어들이기 위한 선행작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원요청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며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있다. 선대위 핵심관계자는 “지금 자극은 자살골”이라며 “무조건 기다려야 한다. 애가 타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결합에 촉각을 기울이는 또 다른 쪽은 박근혜 후보다. 안 전 후보 사퇴 직후 양 진영 간 틈을 벌리기 위해 갖은 공세를 취했다. “문재인이 안철수를 정치적 자살로 내몰았다”(이회창)는 자극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일종의 이간질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안철수 정신 계승까지 표방하고 나섰다.
문제는 새누리당이 그럴수록 안 전 후보의 지원 의사는 더욱 굳고, 강도도 커진다는 데 있다. 안철수가 돌아갈 공간은 결국 야권이다. 정권교체는 그가 내건 새 정치의 대전제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안철수 지지층의 60% 이상이 후보 사퇴 이후 문재인 후보로 돌아섰다"며 "지지층 입장에서 향후 행보를 판단하겠다는 말은 문 후보를 돕겠다는 말로 읽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지원 포인트를 문재인보다는 정권교체에 둘 것으로 보인다"며 "정권교체에 대한 약속을 충실히 이행함과 동시에 특정정당에 자신을 가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새 정치에 대한 상징성은 계속해서 갖고 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