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법원이 분단 이후 남한에 살고 있는 가족의 유산을 취득한 북한 주민의 재산관리인으로 남한 내 혈육이 아닌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결정했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 지난 5월부터 시행된 '남북 주민 사이의 가족관계와 상속 등에 관한 특례법'을 첫 적용해 심판했다. 이 규정 특례법 제13조에 따르면 북한주민이 상속에 의해 남한 내 재산을 취득한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하게 돼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 박희근 판사는 윤모씨(78·여)가 "북한에 있는 형제들을 대신해 재산관리인을 맡겠다"며 낸 재산관리인 심판사건에서 윤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김모 변호사를 북한 주민 4명의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결정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법원은 청구인 윤씨가 여러 소송을 거쳐 북한에 있는 다른 유족들의 상속재산을 확보한 뒤 특례법 시행 직전에 이를 숨겼다고 의심할 만한 행위를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북한에 거주하는 윤씨의 형제들은 이미 남한 내에서 상당한 재산을 취득했고, 그 재산을 효율적으로 보호·관리하기 위해서는 재산에 이해관계를 갖게된 윤씨가 아니라 중립적인 지위에 있는 변호사를 재산관리인으로 선임함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북한 주민에게 남겨진 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특례법의 입법 목적 중 하나"라며 "특례법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고 설명했다.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윤씨의 아버지는 한국전쟁이 발발나자 1·4 후퇴 때 큰딸 윤씨만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러다 북한에 나머지 가족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휴전이 됐고, 윤씨의 아버지는 남한에서 재혼해 2남2녀를 두고 1997년 사망했다.
윤씨는 북한을 왕래하는 미국인 선교사를 통해 북한에 거주하는 가족을 찾았고, 남한의 윤씨 형제는 아버지와 북한 형제들 사이에 친생자 관계가 존재한다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7월에는 윤씨 형제들이 계모 권씨와 북한의 형제들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내 "권씨 등은 윤씨 형제에게 부친의 100억원대 유산 가운데 부동산 일부를 윤씨 형제 소유로 하고 32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임의조정이 성립됐다. 이후 윤씨는 "북한 형제들의 재산관리인으로 자신을 선임해달라"며 법원에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