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세진기자] 금값이 심리적 저지선인 온스당 170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이라는 오랜 믿음에 금이 가고 있다.
5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금 선물 가격은 미국의 재정절벽 협상 교착과 아시아 시장 공매도에 따른 기술적 압박이 가세해 지난달 5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반기 금 선물 랠리 이어지다 '반전'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근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25.30달러(1.5%) 떨어진 1695.8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값이 온스당 170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한달 만에 처음으로, 장중 한때는 온스당 1692.6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올해 금값의 월별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9월에 저점을 찍었다가 미국의 양적완화조치로 시중에 달러가 풀리면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왔다.
애덤 그림스 웨이벌리 어드바이저 수석 책임자는 "11월 금 선물은 장기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갖게 하고 상승 모멘텀을 키워가는 데 실패했다"며 "이날 하락은 훨씬 더 심각한 급락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료: 뉴욕상업거래소(NYMEX) 홈페이지
◇금값 하락의 배경은? 재정절벽과 기술적 하락 시너지
금값 하락의 배경을 거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미국의 재정절벽 위기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전날 공화당은 2조2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제시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거부했고, 재정절벽 문제의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몇 달간의 꾸준한 금값 상승은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반영돼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결과이며, 이날 하락세는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상승추세가 한 차례 꺾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 금가격은 지난 73년 라니냐와 물가폭등, 부동산 천정 등의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크게 오른 다음 하락한 바 있다.
미시적인 측면에서는 아시아 시장에서의 공매도에 따른 기술적 하락으로 해석된다.
로스 노먼 샤프 픽슬리 최고경영자(CEO)는 "누군가 하강곡선에 제동을 걸 방법을 찾고 있었고, 그는 적절히 행동했다"고 진단했다.
가격 하락은 도쿄 시장에서의 점심시간 사이에 이뤄졌고, 하나의 대형 펀드가 나섰지만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로스 노먼은 "유동성이 가장 활발할 때 공매도가 있었던 지난달 28일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금 가격은 온스당 26달러 가량이 떨어졌다.
◇금은 안전자산인가 회의 커져..장기적으로는 '청신호'
경제전문가들은 금값의 갑작스러운 하락을 안전자산에 대한 '버블 붕괴'의 신호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올해 금 가격이 계속 올랐다는 심리에 시세차익을 노리고 있고, 그 결과가 시장을 솎아낼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금은 실제 사용가치가 없다 보니 가격이 반전되면 매도세로 돌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금 선물은 이날보다 8.2%나 낮은 1566.80에 거래를 마감했다.
금 가격의 변동이 이렇듯 심해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이 과연 안전자산인지에 대한 회의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바트 멀렉 TD 자산운용 선물전략 책임자는 "금 선물은 재정절벽 우려에 다른 모든 선물 상품과 함께 하락했다"며 "금속은 보통 안전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재정절벽으로부터 파생된 글로벌 경제 위기가 그 효과에 의문이 들게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미국 시장의 완화책 지속과 재정절벽 문제 해결, 글로벌 경제위기의 마무리가 향후 금값 동향을 읽는 시금석으로 꼽힌다.
경제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으로 상승했던 달러화가 하락하며 금가격 하락을 상쇄, 추가 반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