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공동취재단/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중국 경제, 물류의 심장 상하이(上海).
그 중심가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여를 달리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연장 32㎞의 둥하이(東海) 대교와 만난다.
둥하이 대교는 세계 최대의 물동량을 처리하는 양산항(洋山港)과 연결돼 있다. 내륙에서 쏟아지는 물류를 거대 항으로 바로 연결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핏줄인 셈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둥하이 대교를 건너 양산항을 찾았다. 항구 일대의 날이 보통 흐린 탓에 현지 사람들도 맑은 날 보기가 어렵지만 이날은 멀리 들어오는 배가 보일 정도로 시야가 확 트였다.
세계 물류 시장 장악을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는 양산항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그야말로 '크다'라는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서도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양산항의 몸집을 더욱 불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개발 계획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정부, 양산항 세계 최대 항 개발 계획 지속
부산항만공사 상하이본부와
한진해운(117930) 아주지역본부, 중국 선무대리 유한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양산항을 포함한 상하이항의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선석 확대와 환적 시스템 개선 등 단계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양산항 개발 계획은 양쯔강과 인접한 상해항의 지리적 요건과 무관치 않다. 토사가 유입되는 상해항에는 대형선박 접안이 어렵다. 이 때문에 지난 2002년부터 양산항을 아시아 최대 항만으로 키우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
이후 3년 8개월에 걸친 공사기간을 거쳐 2005년 11월 1단계 터미널이 개장됐다. 당시 연간 처리 물동량은 300만TEU(20피트 컨테이너 기준)에 불과했지만 2006년 2단계와 이듬해 3단계 개발을 거치면서 1300만TEU까지 증가했다. 최초 개장 당시 5개(1.6km)였던 선석도 16개로 늘었다.
김기영 한진해운 아주지역본부 부장은 "양산항은 17m의 수심과 일직선으로 연결된 선석 형태 등으로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양산항의 발전은 규모 측면뿐만 아니라 세계 물류지도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야심과 이에 따른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2005년 1800만TEU의 연간 물동량을 기록한 상하이항이 2010년 2900만TEU로 세계 1위 항만에 등극한 이유도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물량 공세 때문이었다.
중국은 양산항 개발을 위해 ▲해상 위 둥하이대교 ▲세관 검사·검역 등을 위한 루차오 물류원구 ▲인구 2~30만 규모의 도시(임항신성·臨港新城) 등 배후 물류시설을 완공했다. 전 세계 물류업체를 유인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제시한 하역비와 통행료 인하 등의 인센티브도 장점으로 꼽힌다.
현재 중국 정부는 양산항 4단계 개발계획의 골자를 기존의 '바지(Barge)·여객선 부두'에서 '컨테이너 부두'로 전환하고 이에 따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유류 전용 터미널과 피더(본선에서 하역한 물건을 실어나르는 소형선) 터미널 등의 구축도 검토 중이다.
이는 유로존 위기 등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양산항의 물동량은 꾸준히 늘고 있는 데 따른 결정이다.
리우티에쥔(Liu Tiejun) 중국 선무대리 유한공사 부대표는 "세계 경제의 위축 속에서도 양산항의 물동량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당초 계획을 수정해 컨테이너 부두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항, 아시아 물류 전쟁 대비할 때
이처럼 세계 물류시장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가속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대표적 항만인 부산항도 아시아 물류 전쟁에 대비해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환적화물 기준 부산항의 연간 물동량은 1618만TEU로 양산항(1260만TEU)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이 '양산항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부산항의 환적화물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양산항이 상해 내륙과 50㎞ 가까이 떨어져 있어 물류비용과 운송시간이 길고, 강한 바람과 잦은 안개로 정상적인 가동에 제약을 쉽게 받는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오무균 한진해운 아주지역본부장은 "부산항의 환적은 비용 경쟁력, 서비스, 생산성면에서 상당히 유리하다"며 "특히 부산의 바람 세기가 2~3급이라면 양산항은 조업에 큰 영향을 주는 6~7급에 달할 정도로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제경쟁력을 갖춘 터미널은 가능하면 일원화 될수록 시너지 효과가 크고 비용에 대한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면 "지역의 각종 요청도 있을 수 있지만 잘못하면 자원이나 예산의 낭비, 공급 과잉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소현 부산항만공사 상해본부 건설실장은 "일부 수치만으로 두 항만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물동량 기준으로 부산항이 상하이항 보다 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질적, 지리적 측면에서 부산항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분석했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다자간 마케팅도 병행하면서 특별히 양자간 글로벌 선사, 글로벌 물류기업에 대해서 환적 화물 유치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북중국 해운 중심으로 톈진항 부상
한편, 부산항의 최대 교역항인 톈진(天津)항의 발전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2010년 기준 1008만TEU로 중국 내 6위, 세계 11위 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북중국 해운 허브' 건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발전 속도가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으로 향하는 물자수송 역할을 담당하는 톈진항은 배가 안쪽으로 들어와야 하는 지리적인 한계에도 하역료 감면 등의 방식으로 집중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고상곤 장금상선(SINOKOR) 톈진지점 대표는 "2년 전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톈진항을 모항으로 키우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며 "위치적인 특성상 선사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각종 인센티브를 통해 화물을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