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곽보연기자] 삼성그룹이 5일 발표한 '2013년 정기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성과주의에 입각한 보상'과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일부 문책성 인사로 압축된다. 총 17명 규모의 인사 대상자 중에서 30% 수준에 해당하는 5명이 세대교체 또는 실적 부진에 따른 인사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그룹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우려와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면 그룹내 다른 계열사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세대교체론’으로 이어져 일부 계열사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신 사장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코닝정밀소재 부문 등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계열사에 대해서는 과감한 경영진 교체가 감행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 승진..윤부근-신종균 투톱체제 유지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8조원을 돌파하는 등 창사 이래 최대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예상외로 승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올 들어 주요 경영진에 대한 수시인사가 수차례 있었고, 기존의 성장가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돈주·홍원표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올라 삼성전자 사업 전반을 두루 총괄하게 된다.
이돈주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 2009년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 팀장직을 역임하며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세계 1위로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으로 전격승진 됐다.
홍원표 부사장은 지난 200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네트워크 사업부 전략마케팅팀 팀장,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팀 상품기획그룹장 등을 거쳐 올해 10월부터는 삼성전자 미디어 솔루션 센터장으로 근무해왔다. 이번 인사에서는 입사 5년 만에 사장 자리를 꿰차며 '고속 승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지성 미래전략실장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DMC(완제품) 부문 총괄은 별도로 선임되지 않고 기존의 윤부근·신종균 사장 투톱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지금처럼 소비자가전사업부와 무선사업부 사장단 간 협의와 조율을 통해 사업을 해 나갈 것"이라며 "두 부문 모두 글로벌 1위를 하고 있고 현 체제가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에도 소폭의 인사가 이뤄졌다. 임대기·이인용 부사장이 각각 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과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사장으로 승진했고, 김종중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이 미래전략실 전략1팀 사장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생명·화재 등 금융계열사, 2명 승진 외 변동 없어
당초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규모 문책성 인사가 전망됐던
삼성생명(032830), 화재, 증권 등 금융계열사는 예상을 깨고 2명이 각각 부회장, 사장으로 승진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국내외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가 반영됐다.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은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며 삼성 금융계열사들 중 가장 높은 직위로 자리를 잡았고, 윤용암 삼성생명 부사장도 삼성자산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근희 부회장은 사장 재임 기간동안 사업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영안목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해왔다. 최근 삼성생명을 제외한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삼성화재와 카드, 자산운용 등이 희망퇴직자에게 1~2년 치의 연봉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삼성은 "박 부회장은 국내 보험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하고 명실상부 글로벌 초일류 보험사로 성장시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보험업계가 저성장과 저금리의 장기화 늪에 빠져 불안에 떨고 있는 만큼 박 부회장이 향후 삼성생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또 삼성생명의 윤용암 부사장도 삼성자산운용의 신임 사장으로 승진 이동했다. 윤용암 사장은 지난해부터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윤 사장이 금융업 전문가인 만큼 삼성자산운용을 초우량 자산운용사로 도약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OLED·정밀소재 부문 경영진 '세대교체'
한편 삼성그룹의 주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OLED, 삼성코닝정밀소재 부문에서는 소폭 경영진 교체가 이뤄졌다.
특히 조수인 삼성디스플레이 OLED사업부장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사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올 들어 삼성 OLED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종합기술원장 출신의 김기남 사장이 내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를 이끌며 OLED 사업을 새롭게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이는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가 한상범 대표이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과는 뚜렷한 대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올해부터 LG디스플레이를 이끌고 있는 한 사장은 3D TV LCD 패널 세계시장 점유율 1등을 달성하고 지난 분기에는 8분기만의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의 성과를 기록했다.
디스플레이·전자기기 재료를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소재도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 이헌석 전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박원규 전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승진을 두고 업계는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것으로 풀이했다. 기존에도 삼성코닝정밀소재의 실적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사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신사업 추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헌석 전 사장은 신사업 추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박원규 신임 사장은 유리성형의 전문가로 LCD용 기판유리와 OLED용 기판유리 사업 등 신사업 추진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