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잉공급 문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있는 데다가 수요부진이 겹치면서 가격하락을 부추긴 탓이다.
이렇게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폴리실리콘 업계에도 매서운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반면 웨이퍼와 셀·모듈 가격은 다소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일본과 독일 등의 국가에서 정책 변수에 따른 연말 특수를 그나마 누릴 수 있게 된 덕이다. 관련 업계는 일본 시장 진출 등을 통해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등 구조조정의 칼바람을 피하고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6일 태양광 가격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전주 대비 0.19% 하락한 15.75달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011년 12월7일)보다 50% 급락한 것으로, 지난달 중순 16달러선이 무너진 이후 한달째 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출처=PV인사이트
반면 웨이퍼는 가격 하락세가 진정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156㎜ 다결정과 단결정 웨이퍼는 각각 0.813달러, 1.111달러를 기록했다. 다결정 웨이퍼는 전주보다 가격이 0.25% 하락했지만, 단결정 제품은 전주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웨이퍼 업계 관계자는 "일본과 독일, 미국 등에서 고효율 태양광 발전 시설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 하락이 진정됐다"면서 "당분간 현 가격 수준에서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PV인사이트는 일본, 독일 등에서 태양광발전 수요가 견조하지만, 공급과잉 상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폴리실리콘의 경우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의 이중고를 겪고 있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 기업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2년 연속 속절없이 추락하면서 이를 버티지 못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업계 3위인 웅진폴리실리콘이 공장 가동을 멈췄고, 이달에는 업계 2위인 한국실리콘 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불과 6개월 사이에 국내 2~3위 업체가 동시에 무너진 것이다.
현재 국내 1위이자 세계 톱 티어 기업중 한 곳인
OCI(010060)만 겨우 50%의 가동률을 유지할 정도로 국내 폴리실리콘 산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된 상태다.
이와 반대로 웨이퍼 생산업체들과 셀·모듈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분위기다. 일본과 독일 등 태양광 발전소 설치가 활발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감지되고 있어서다.
태양광 업계는 일본에서만 지난 3분기까지 2기가와트(GW) 이상의 수요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독일 역시 매월 700메가와트(MW) 규모의 설치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연말에 이들 국가에서 수요 증가를 기대하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4분기는 정책변수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늘고, 이듬해 1분기는 급감한다"면서 "올해 시장이 침체되긴 했지만, 각국 정부가 올해 계획한 물량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편 각 기업들은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태양광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일본을 통해 불황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다.
한화케미칼(009830)의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은 일본의 소프트뱅크 그룹에 5.6MW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한 데 이어 마루베니에도 4년간 500MW 규모의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LS산전(010120)도 매년 20MW 이상의 태양광 모듈, 인버터 등 시스템 공급을 통해 지난 3분기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일본 태양광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태양광 시장은 공급이 수요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공급과잉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다만 일본 시장은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높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현지 시장 공략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