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황민규기자] PC와 TV용 브라운관(CRT) 가격담합 혐의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에서 약 9000억원의 과징금 폭탄을 맞은 LG전자와 삼성SDI가 대응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양사는 담합사실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수긍하면서도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는 '말도 안된다'는 분위기다. 특히 LG전자에 부과된 과징금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2.5배에 달하는 규모로 이제 막 회복세로 돌아선 LG전자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SDI 역시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의 벌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LG전자는 6일 과징금 부과가 발표된 뒤 즉각 공식 입장을 내 "이번 결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쳐 유럽 법원에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EC가 담합에 연루된 LG전자에 부과한 과징금은 총 4억9156만7000유로(약 6975억원)다. 이 가운데 LG전자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LPD)에 내린 부과 금액은 2억9559만7000유로, 1억9597만유로로 LG전자는 연대책임 차원에서 LPD의 몫까지 부담해야 한다. EC가 LG전자와 LG필립스디스플레이를 같은 회사로 간주하고, 과징금을 산정한 탓이다.
LG전자 관계자는 "LPD는 완전히 독립된 개별 사업체"라면서 "개별 사업체의 행위에 대해 어떠한 법적 연대책임도 질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2001년 7월 LPD 설립 이전의 행위는 EU법상 소멸시효기간인 5년이 완성돼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SDI 역시 분기 영업이익 규모(900원대)를 크게 상회하는 1억5080만유로(약 2140억원)를 부과받았다.
삼성SDI 관계자는 "담합에 따른 과징금 규모에 대해서만 통보를 받았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아직 아는 바가 없다"며 "당초 예상했던 금액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으로 책정됐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과징금 부과가 당장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니터 시장이 이미 CRT에서 액정표시장치(LCD)와 발광다이오드(LED) 모니터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어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이번 과징금 부과가 두 회사의 실적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충당금 문제에 대해 "과징금 부과 금액에 대해 당사가 충당금을 설정해 놓았으며 4분기 추가 반영 금액은 전체 과징금의 60% 미만"이라면서 "4분기 실적설명회를 통해 재무적인 영향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 역시 이번 과징금은 4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하고, 즉각적으로 행정소송 절차를 통해 과징금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과징금 추산방식에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항소 과정에서 벌금 규모가 과대계상됐다는 부분을 관철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4분기에 LG전자와 같은 비율의 충당금을 쌓는다고 가정하에 1300억원 규모의 액수를 예상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에 과도한 과징금을 매긴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세계 전자 업계 전반에 걸쳐 한국 기업에 대한 견제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유럽에서 과징금 규모가 큰 것에 대해 유럽재정 위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