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박근혜·문재인 양측 모두 ‘진검승부는 지금부터’로 받아들였다. 대선을 불과 12일 남겨둔 시점에서다. 판을 원점으로 되돌린 이는 단연 안철수 전 후보다. 안 전 후보가 그간의 논란을 뒤로 한 채 6일 전격적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손을 들어주면서 정국은 요동쳤다.
표면적으로는 ‘무시’와 ‘희망’의 대결이었다. 이정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이 “문 후보의 구걸에 안 전 후보가 적선했다”며 “대세는 굳어진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애써 무시한 반면,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역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며 “승부는 이제부터 원점에서 시작”이라고 희망을 말했다.
양측의 입씨름이 한창인 가운데 표심은 이미 요동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A가 7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 박 후보는 43.5%, 문 후보는 43.3%의 지지도를 기록했다. 두 사람 간 격차는 불과 0.2%포인트. 사실상 동률인 셈이다. 박 후보는 같은 조사에서 전날에 비해 1.1%포인트 하락한 반면, 문 후보는 무려 3.3%포인트 껑충 뛰었다. 조사가 문재인·안철수 두 사람의 회동 직후 이뤄진 점을 감안하며 안철수 효과는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이미 이 같은 예측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있어왔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도울 경우 박근혜 46.6% 대 문재인 46.0%로, 두 사람이 살얼음판과도 같은 초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일경제신문이 4~5일, 양일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역시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적극 지원하는 경우를 가정했을 경우 박 후보(44.3%)는 단 1%포인트 차로 문 후보(43.3%)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후보의 문 후보 지원 소식이 있기 바로 직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문 후보를 크게 앞섰던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 기대를 넘는 표심의 대이동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상호 공보단장 또한 6일 브리핑에서 “지금 문 후보 지지율이 정체돼 있다. 3~5%포인트 차로 뒤지고 있다”고 시인할 정도였다.
안철수의 가세로 박근혜·문재인, 두 사람이 다시 출발대에 서게 되면서 남은 변수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일단 전문가들은 투표율과 TV토론, 북한, 설화 등을 남은 기간 표심을 좌우할 주요변수로 지목했다. 물론 안철수 효과의 파괴력이 어디까지 미칠지는 변수를 넘은 상수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능구 정치컨설턴트(이윈컴 대표)는 7일 “투표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투표율 70%선이 양측의 승패를 가를 기준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특히 “20대의 투표율이 중요하다”며 “안 전 후보의 후보직 사퇴로 신부동층을 형성하게 된 이들이 어느 정도 투표에 참여할 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두 차례 남은 TV토론도 주요 변수로 꼽혔다. 박 후보를 향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의 날선 공세로 최대 이득을 본 이는 다름 아닌 박 후보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 후보가 계속해서 TV토론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갈 경우 안 전 후보 지원으로 탄력을 받은 문 후보의 존재감이 다시 한 번 흔들릴 수 있다는 게 민주당의 고민이다.
다만 김능구 이윈컴 대표와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 등은 “세 번째 TV토론을 앞두고 이 후보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으로 전망하며 “마지막 토론에서 양자 토론이 펼쳐지는 진검승부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료 주입을 마치고 로켓 발사 강행에 돌입한 북한 변수도 관심거리다. 이미 일각에서는 3차 핵실험 가능성마저 높게 점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김 대표는 “대북 변수는 이미 지난 선거에서 검증됐다”며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는 게 사실이다.
다만 2010년 6.2 지방선거가 '평화 대 전쟁' 구도로 재편되는 등 북풍이 기존 여권에 일방적으로 유리했던 점이 깨진 점도 새누리당으로선 불안한 점이다. 안보 이슈가 평화에 대한 필요성과 요구로 전환될 경우 문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또 박 후보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우위를 내준 점이 여성으로서 안보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40대 표심도 살펴봐야 할 변수로 꼽힌다. 이미 50대와 60대는 박 후보가, 20대와 30대는 문 후보가 장악한 상황. 어느 한쪽에도 절대적 지지를 보내지 않고 있는 40대가 누구 손을 들어줄 지에 따라 판세는 급격히 달라질 수도 있다. 이념과 이해에 따라 각 선거마다 다른 선택을 해온 40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외 각종 설화도 막판 표심을 뒤흔들 변수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19대 총선에서는 김용민 막말이, 앞선 17대 총선에서는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이 크게 문제가 되면서 표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김성주 새누리당 공동위원장의 ‘영계’, ‘진생쿠키’, ‘소녀가장 박근혜 6억원’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입조심을 당부하며 경계하는 여야의 속내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