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수도권 부동산시장에는 흔하지만 지방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있다. 국내 경제의 잠재적 위험으로 진단되는 하우스푸어다. 지방 부동산시장에 없고 수도권에만 있는 또다른 하나는 바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다.
DTI는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를 부른 원인 중 첫손에 꼽히는 규제고, 하우스푸어는 장기화되는 수도권 주택시장에서 불거진 부작용이다.
11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6% 떨어지며 장기적 하락곡선을 그려왔다.
2009년말 14억7000만원 선에 거래되던 잠실 주공5단지 전용 83㎡는 최근 9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순수 자기자본으로 주택을 구입했다면 단순한 개인적인 투자실패로 돌아가겠지만 대출과 전세보증금을 갚아야하는 처지라면 사회적 문제가 된다.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리스크 현황'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중 경매낙찰률(평균 76.4%)을 초과한 대출 규모는 13조원으로 전체주택담보대출의 3.3%, 차주는 19만명(3.8%)에 달한다. 당장 자기 집을 경매에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사람이 19만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특히 경락률 초과대출은 수도권에 12조2000억원, 18만명이 집중됐다. 집을 가지고 있지만 부자라고 부를 수 없다.
반면 지난 3년간 지방 5대광역시는 25.7% 상승했다. 지방 부동산시장의 선도주인 부산의 경우 44.3%나 치솟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앉아서 40%가 넘는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지방 부동산 시장 호황 마감에 하락세로 전환되고 있지만 하우스푸어가 있다면 아주 특별한 상황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수도권과 지방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과거 주택가격 상승 추이, 공급량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DTI규제 적용 여부가 가장 클 것으로 진단한다. 현재 지방은 DTI 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있지만 수도권은 50~60%로 제한받는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DTI 완화안 계속해서 내고 있긴 하지만 세부적으로 은행 돈줄이 얼마 더 열리고 안열리고 하는 문제가 아니다"며 "DTI는 시장 전반에 걸친 거래 심리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폐지와 완화와는 영향력이 다르다"고 DTI 폐지를 촉구했다.
DTI 폐지가 위축된 매매심리를 녹이고 이는 시장 활성화로 연결돼 하우스푸어·깡통주택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린 것이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하우스푸어, 깡통주택같은 공포심리로 얼어붙은 시장 상황에서 DTI폐지가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줄지는 미지수지만 수도권 부동산 참여자가 공통으로 원하는 폐지안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차기 정부에서는 수도권 DTI규제는 폐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력 대선주자 두 명은 모두 공약을 통해 DTI 폐지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파급력과 그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인해 가계부채 증가가 폐지 반대 이유로 풀이된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시장에 친환적인 보수당마저 이번 공약에 마땅한 시장 부양책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시장은 어려움에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부동산시장 살리자고 가계부채 증가 부담을 안고 DTI를 폐지하기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