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안보..해체라더니 하루만에 발사

입력 : 2012-12-12 오전 11:48:19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북한이 12일 오전 장거리 로켓 은하3호 발사를 강행한 가운데 우리 정부 당국은 이에 대해 전혀 감지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노크 귀순'에 이어 로켓 발사까지, 안보 체계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 됐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로켓 발사는 지연이 불가피해 보였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1일 “10일부터 로켓 조립과 해체에 사용하는 장비를 실은 차량들이 발사대 인근에 모여들었다”며 “조립에 사용했던 크레인을 동원해 3단계 로켓부터 해체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당국자 역시 “북한이 11일 동창리 미사일기지 발사대에 장착했던 장거리 로켓의 1∼3단 추진체를 대형 크레인으로 분리해 지상의 트레일러에 실어 인근 조립동으로 옮기는 작업을 끝냈다”며 “발사대 주변의 가림막도 철거했으며 1단 추진체의 고장 부위를 수리하고 성능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때문에 빨라도 대선 전에는 발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정부내 중론이었다. 1차 예고기간 만료일이었던 22일을 넘길 것이 확실시되면서 내년 연초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 당국자는 “로켓 해체에 1~2일, 부품 교체와 점검에 2~3일, 재조립에 3~4일, 최종 점검에 2~3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열흘 이내에는 발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단정 짓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놨다. 군 소속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기술적 결함 발생 부위로 추정되는 추력방향조정기나 추력제어기는 모두 1단계 추진체의 엔진 내부에 들어 있어 로켓을 발사대에 세워둔 채 교체나 수리를 할 수 없다”며 “발사대에서 내려 부품 교체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면서 북한이 기술적 결함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경우를 전제해 일주일 안으로 관련 부품을 교체하고 로켓을 다시 발사대에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로켓을 발사대에서 끌어내린 것은 결함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정황으로 해석되면서 발사 최종시한인 29일 내로 수리와 발사 준비를 끝내기 힘들 것이란 의견도 다수였다.
 
정부 분석과 관측을 비웃듯 북한은 12일 오전 9시51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에서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련 사실을 접한 뒤 "쏜 것이 맞느냐. 어제 북한이 로켓을 해체했다는 얘기는 뭐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오전 11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어제만 해도 수리를 위해 해체 중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저희가 확인해 준 바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대변인은 브리핑 내내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정부 당국이 위성사진을 제대로 판독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정보 판단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적 결함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뜻밖에 간단한 문제로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를 계기로 로켓을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우상호 민주통합당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은 "최근 며칠 사이 정부가 마치 북한이 로켓을 분리해서 발사하지 않을 것처럼 국민들에게 정보를 알린 적이 있다. 정부의 대북정보가 이렇게 취약해서야 어떻게 국민들이 정부의 안보역량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대응태세가 취약했던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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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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