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관종기자] SK건설이 내년 1월부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초대형 해저터널 착공에 들어간다. 주로 선진국들의 실적으로 돌아가는 해저터널 사업에 국내기업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다.
SK(003600)건설은 국내외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대주단과 '터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약정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SK건설을 포함한 SK그룹 계열사와 터키 기업인 야피메르케지가 각각 50%씩 지분을 투자했다. 총 사업비는 12억4000만 달러 규모다.
이번 체결은 SK건설이 지난 2008년 말 국내외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을 획득한지 4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경색된 국제금융시장 상황 속에서도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뿐만 아니라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세계 10개 굴지의 금융기관 참여를 이끌어냈다.
조달규모는 총 9억6000만 달러로 이 중 한국수출입은행이 2억8000만 달러, 한국무역보험공사가 1억8000만 달러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방식으로 지원한다.
금융약정 체결 성공에는 지난 11일 터키 앙카라에서 이뤄진 터키 정부와 대주단간 채무인수 보증약정이 주효했다. 보증약정에는 사업의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터키 정부가 채무를 인수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는 지난 6개월 동안 SK건설을 포함한 사업주와 터키 정부, 대주단 등 3자가 치열한 협상을 벌인 끝에 이뤄낸 결과다.
이에 따라 터키 유라시아 터널 사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SK건설은 세부약정에 대한 합의가 마무리 돼 자금 인출이 가능해지는 다음달 본격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가르는 보스포러스 해협을 5.4km 복층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해저터널의 접속도로를 포함한 공사 연장이 14.6km, 총 사업비가 12억4000만 달러에 달해 리비아 대수로 공사 이후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벌인 최대 토목 공사로 꼽힌다.
공사기간은 약 52개월로 2017년 4월 개통 예정이며, 유지보수 및 운영기간은 공사 완료후 314개월(26년 2개월)이다. 시공은 SK건설과 터키 대형 건설사인 야피메르케지가 공동으로 진행한다.
SK건설은 지난해 24억4000만 달러 규모의 '싱가포르 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 프로젝트의 PF 성공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자금조달에 성공해 해외 PF시장의 메이저 업체로 급부상했다.
SK건설은 일본과 프랑스 등 선진국들이 주로 실적을 보유한 해저터널 사업에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에 초대형 해외 개발사업으로는 드물게 프로젝트 발굴에서 운영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건설·운영·양도(BOT) 방식으로 추진돼 주목을 받았다.
특히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는 터키 정부의 채무인수보증이 포함된 터키 최초의 민관협력사업(PPP)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욱 크다는 평가다.
임한규 SK건설 PF실장은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SK그룹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실천한 점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며 "프로젝트를 통해 SK건설은 터널 및 지하공간의 설계, 시공분야에서 세계 일류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