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주식 배당금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서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된데다 내년도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장사들이 현금 확보에 힘쓰면서 올해 연말 배당을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현금 대신 주식으로 배당하는 상장사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현금배당 규모 26.9% 감소
14일 투자정보업체 와이즈에프앤에 따르면 올 연말 기준 국내 상장사의 현금배당 합계 예상치는 11조4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5조6298억원과 비교해 26.9% 줄어든 수치다. 지난달 말 전망됐던 예상치인 11조4251억원에 비해서도 소폭 떨어지는 등 현금배당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금배당을 연기하거나 배당 대신 재투자로 방향을 돌리는 상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코웨이(021240)는 이사회를 열어 올해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대신 내년 1분기에 분기배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매년 1000원대의 현금배당을 실시한 코웨이가 내년으로 현금배당을 미룬 것은 실적 악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웨이는 "자회사인 일본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금액의 영업외 금융보증비용 인식과 환율변동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증가 등으로 비경상적 영업외비용이 늘어났다"며 "이에 따라서 당기순이익이 상당한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현금배당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주당 160원의 현금배당을 단행했던
제일기획(030000)도 연말 현금배당 대신 재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제일기획은 "기존 현금배당 위주의 주주 보상정책을 이익잉여금의 재투자 등을 통한 회사가치 제고로 전환하기 위해 올해 현금배당 미실시를 적극 검토중"이라며 "주주 보상정책 변경을 이사회 승인을 거쳐 주주총회에 의안으로 상정할 예정으로, 최종 배당안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주식배당' 사례도 잇따라
현금배당 대신 주식배당에 나서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항체의약 분야 전문기업인
셀트리온(068270)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1주당 약 0.148주씩 주식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주식배당은 전체 발행주식 1억7463만9638주에서 자기주식 180만6994주를 제외한 1억7283만2644주를 대상으로 이뤄진다. 배당주식 총수는 2592만4896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부진해 주주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 차원에서 주식배당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셀트리온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주당 50원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2011년엔 75원, 올해 2월엔 100원의 현금배당을 단행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현금배당을 단행한 동물약품 전문기업인
우진비앤지(018620)도 지난 7일 보통주 1주당 0.10882734주의 주식배당을 결정했다. 총 배당주식수는 40만주로 배당 기준일은 12월31일이다.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어"
전문가들은 현금배당을 내년으로 연기하는 상장사들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올해 상장사들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내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상장사들이 현금 확보 차원에서 현금배당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
최현재
동양증권(003470) 스몰캡 팀장은 "상장사들이 현금배당을 내년으로 미루고, 현금배당 대신 주식배당에 나서는 것은 내년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차원에서 현금을 확보하려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다른 상장사들이 벤치마크 할 가능성이 높아 현금배당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금배당에 나서지 않고, 현금배당 대신 주식배당을 단행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해당 상장사가 투자를 목적으로 현금배당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데다 주식배당이라도 나서는 상장사의 경우엔 주주들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시장에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상용
SK증권(001510) 스몰캡 연구위원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장사들이 현금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현금배당을 연기하거나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오리온(001800) 등 실적이 좋은 상장사의 경우 최근 원화 강세를 활용해 해외 업체들의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재투자 목적을 위해 현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재 팀장도 "현금배당을 못하는 대신에 주식배당이라도 나서는 것은 기업이 주주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