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수남기자] 지난 2007년 국내 굴지의 대기업 한 부서의 팀장으로 일하다 퇴사한 김태우씨. 당시 그의 나이는 41세로 13년 간의 회사 생활로 다져진 사회적 기반을 포기하고, 또 한 아이를 둔 가정의 가장으로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모험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매너리즘에 빠진 자신을 추스르고 인생의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 위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자동차영업 구인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제출했다.
그가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다시 쓰기 시작한 곳은 쌍용자동차 일산제일영업소(소장 이성재).
일반적으로 자동차 영업사원들이 입문 후 최소 3개월이 지나야 실적을 내는 반면, 김씨는 출근 첫달부터 실적을 올리는 특별한(?) 사원으로 주목 받았다.
◇영업 6년차에 판매왕이 된 쌍용차 일산 제일영업소 김태우 부장.
그는 자동차 영업 입문 6개월만인 같은 해 말 부장으로 승진하고, 쌍용차가 매년 우수한 실적을 올린 20∼40여명의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워크숍에 올해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선발됐다.
그러던 그가 올해는 자동차영업 입문 6년여만에 판매왕에 올랐다. 이는 지난 11년 간 쌍용차 판매왕을 고수, 전대 미문의 실적을 자랑하는 쌍용차 용산영업소 이종은 소장을 제치고 세운 기록이라 더 값진 성과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지난 주말 쌍용차 일산제일영업소 김태우 부장을 만났다.
-입사 6년차에 판매왕에 올랐는데, 소감은.
▲솔직히 좋다. 6년 동안 밤과 낮, 주말을 잊은 채 영업에 매달렸는데 이제야 결실을 거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올해 판매 실적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달까지 143대를 팔았다. 이달 판매한 7대를 합하면 150대 정도다. 2등과 20여대 차이가 있어 이달 중순 제주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판매왕이 된 걸 알았다.
◇김 부장은 작년과 올해 전국 쌍용차 영업직원 가운데 코란도C를 가장 많이 팔았다.
-업계 입문이 특이한데.
▲대학을 마치고 서울에 있는 대기업에 입사해 13년간 근무했다. 당시 회사 생활과 맡은 업무에 대해 싫증이 나고 틀에 얽매인 생활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쌍용차 판매 영업사원을 모집하기에 이력서를 냈다.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김태우 씨는 눈빛이 살아 있었죠." 인터뷰에 동석한 이성재 일산제일영업소 소장은 당시 김태우 부장과의 첫 만남을 이같이 회상했다. 지겨워지기 시작하는 회사생활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자동차영업을 택했고, 자신이 택한 길에 조금이라도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는 결연한 의지를 김 부장의 눈빛에서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이 소장 기억이다.
- 입사 첫달부터 실적을 올렸다는데.
▲보통 처음 자동차영업을 시작하면 3개월 정도 지나야 실적을 낸다. 하지만 나의 경우 스스로 선택한 길이라 열과 성을 다해 임했다.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나와 문닫힌 상가 등에 전단지와 명함을 돌렸다.
이 같은 노력으로 입사 첫해부터 올해까지 우수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본사가 실시하는 워크숍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이성재 소장은 자동차 영업에 대한 김 부장의 열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제주에서 열린 워크숍에서 지난 2001년부터 작년까지 11년 연속 판매왕에 오른 용산영업소 이종은 소장을 만났다고 들었다.
▲만났다. 이 소장은 지난 11년 간 쌍용차 판매왕으로 나와 호형호제(呼兄呼弟) 하는 사이고, 내 롤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2010~2011년 2년 연속 내가 이 소장에 이어 판매 2위에 오르자, "올해는 꼭 김 부장이 판매왕해라"고 격려해 줬다. 경쟁자이면서도 따뜻한 선배다.
-올해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여만에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쌍용차는 전년대비 20% 이상 성장했는데, 영업 최일선에서 볼 때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쌍용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문 업체라는 이미지가 강한 덕분이다. 여기에다 우리 회사 양산차가 안정성과 강력한 내구성을 기본으로 최근 고유가와 경기불황에 적합한 고연비, 합리적인 가격 등을 모두 갖춰 좋은 결과를 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해에는 코란도 C, 올해는 이어서 코란도스포츠가 쌍용차의 성장을 이끌었다. 일산 신도시의 특성상 20~30대 젊은고객층이 많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도 않다. 쌍용차 모델은 20대부터 60대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
◇이달 중순 제주도에서 진행된 워크숍에서 김부장(두번째줄 왼쪽 두번째)이 11년 연속 판매왕 이종은 소장(두번째줄 왼쪽 네번째) 등 우수 판매사원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 쌍용차)
-지난 2009년에는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손을 떼면서 회사가 상당히 어려워졌다. 영업하기가 어려웠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
▲맞춤형 상담이다. 고객이 무엇을 의도하는지 빨리 파악하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진심어린 대응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고객은 영업사원과 상담을 시작하고 3분 이내에 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이를 감안할 경우 고객에게 짧은 시간내에 신뢰를 주는 방법은 진심으로 응대하는 게 최선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당시 회사가 법정관리에 있을 때도 차를 팔았고, 차가 없어 다른 대리점에서 차를 구입해 고객에게 인도하기도 했다.
-판매 이후의 관리도 중요할 것 같다.
▲그렇다. 자동차영업도 보험영업처럼 소개 측면이 강하다. 내 경우 전체 판매에서 40%가 소개 건이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에게는 정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차에 문제는 없는 지 등을 꼼꼼히 점검해, 고객감동을 실천하고 있다.
◇김 부장이 2007년 입사 후 올해까지 6년 동안 근무하고 있는 쌍용차 일산제일영업소.
이 소장은 이처럼 자동차 영업에 대한 열성으로 김부장이 밤늦게 일을 마치는 자영업자 고객과 새벽에도 판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입사 후 지속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몇안되는 영업 사원이라고 강조했다.
-영업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꼽는다면?
▲근래 쌍용차의 기업 이미지가 많이 약해졌다. 고객들 가운데에서도 쌍용차에 대한 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회사와 제품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고객은 우선 고정 관념을 개선하는 설득 작업에 이어, 다시 이를 계약까지 성사하는 작업이 어렵다. 그 외에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영업에서 더욱 성과를 내기 위해 회사에 바라는 점은?
▲입사해인 지난 2007년과 현재 쌍용차의 기업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를 감안해 본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꾸준히 실시했으면 하다.
최근 아이돌 가수 씨스타가 코란도 C 홍보 대사를 맡으면서 제품에 대한 인기가 급상승했다. 본사차원의 이런 적극적 마케팅이 지속적으로 이뤄졌으면 한다. 아울러 업그레이드 된 경영정책도 당부하고 싶다.
특히 평택공장의 생산 능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면 좋겠다. 좋은 제품이라도 고객 인도가 늦어질 경우 고객들은 불만이 생긴다. 혼류 생산 시스템을 가진 평택공장의 생산량을 내년에는 더 늘렸으면 한다.
◇김 부장이 한 고객에게 코란도스포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과 포부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6년여 동안 자동차 영업을 하면서 이 직업이 천직임을 깨달았다.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회사를 믿고 긍적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영업에 임했다.
사실 여러 차례 영업소장 직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영업으로 쌍용차를 만났고, 영업으로 쌍용차와 함께 하고 싶다. 영업직은 퇴직이 없고 자기가 일한 만큼 성과가 돌아오는 정직한 직종이다. 영원한 쌍용차 영업맨으로 남고 싶다.
이 소장은 김 부장의 경우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영업맨으로 자동차영업에 관한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김 부장의 열성을 높게 평가해 김 부장에게 일대일 상담 기법 등 영업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수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이 소장을 자동차영업의 스승으로 여기고 있으며, 6년여 세월을 함께 해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말하려 하는 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한편 쌍용차는 김부장에 대한 판매왕 시상을 오는 2013년 1월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