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업계, M&A매칭펀드 1호 기업 탄생에 '화색'

입력 : 2012-12-26 오전 10:10:49
[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지난 6월에 조성한 M&A매칭펀드가 첫 결실을 맺으면서 벤처캐피탈업계에 화색이 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코스닥시장 부진으로 벤처캐피탈의 주된 투자금 회수 방안(엑시트)인 기업공개(IPO)시장이 활력을 되찾지 못한 가운데 M&A매칭펀드가 유동성 위험에 빠진 벤처캐피탈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인지소프트 지분인수 참여
 
지난 17일 클라우스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인 모바일리더(100030)는 국내 최고의 문자인식(OCR)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인지소프트의 지분을 M&A매칭펀드와 공동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모바일리더가 인지소프트의 지분 50%를 약 42억원에 인수키로 했고, M&A매칭펀드 역시 같은 금액을 출자해 인지소프트의 나머지 50% 지분을 매입키로 한 것.
 
M&A매칭펀드는 중소·벤처기업이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 305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펀드가 기업과 1 대 1의 비율로 매칭 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M&A매칭펀드는 매수기업의 신주에 투자해 인수 자금을 대주거나 우호지분 역할을 맡는다.
 
이번 인수로 모바일리더가 보유한 클라우드 및 모바일 관련 기술력과 인지소프트가 보유한 인식 관련 원천기술의 융합을 통해 양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시장을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모바일 솔루션 사업을 새로운 사업 분야로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양사의 주요 사업 분야 및 기술을 활용한 사업 영역의 확장 및 사업 성장의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 "선순환 벤처 생태계 구축에 도움될 것"
 
중기청은 무엇보다 M&A매칭펀드가 국내 중소·벤처기업 간 M&A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
 
M&A매칭펀드가 M&A 성사 이후 지분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경영권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M&A 유동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현재 벤처 선진국인 미국이 자금회수 수단으로 M&A가 70%에 육박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7%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국내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 간 M&A 활성화가 필수적이고, M&A매칭펀드가 그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 중기청의 판단이다.
 
특히, 벤처기업에 투자한 뒤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IPO와 달리 M&A는 3~4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투자자인 벤처캐피탈이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병권 중소기업청 벤처투자과 과장은 "기업이 창업해서 벤처기업이 되고, 중소·중견기업으로 성장한는데 있어 투자자나 창업자에게 투자기간 중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며 "투자금 회수 방안 중 하나인 M&A가 활성화되지 않아 창업자나 투자자 모두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M&A가 성사될 경우 매수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며 "M&A매칭펀드는 매수 기업과 함께 정부가 5대 5 비율까지 M&A 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으로 중소·벤처기업의 M&A를 활성화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VC업계 "M&A매칭펀드, 정부 정책지원 상징"
 
벤처캐피탈업계 역시 이번 M&A매칭펀드 1호 기업 탄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상징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
 
윤종연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국내 벤처기업이나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 발전을 위해서는 M&A가 중요한 엑시트 방안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이어 "M&A는 프라이빗한 섹터이기 때문에 지금도 조심스럽게 알게 모르게 발생한다"며 "정부까지 나서서 정책적으로 M&A 자금을 매칭펀딩해주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M&A매칭펀드를 활용한 M&A는 바이오 등 자금이 많이 소요되는 기업들간 분업화를 이끌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진 대성창투(027830) 상무는 "바이오기업의 경우 임상실험 등 비용이 많이 들어 사업 개시전에 자금 부족현상이 발생한다"며 "M&A매칭펀드를 통해 M&A에 성공하면 기업간 분업 횩과가 발생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가 당장에 국내 M&A 활성화로 이어지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다.
 
박 상무는 "M&A는 돈만 대준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업을 인수하고 넘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며 "벤처 선진국인 미국보다 M&A가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사업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인식 등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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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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