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저금리 저성장에 시름하고 있는 은행권이 대출사기로 ‘두 번’ 울고 있다. 대출사기 수법이 점차 지능화·집단화하면서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관련기관에 신분조회 시스템을 보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 등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사를 상대로 한 대출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농협은행은 경기 구리시지부에서 가짜 변호사·회계사 등에 총 19억5900만원의 대출 손해를 입은 것을 발견,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사기에 이용된 상품은 ‘슈퍼프로론’으로 공인회계사, 변리사, 판검사, 교수, 변호사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상품이다. 전문 자격증이나 사업자등록증, 재직증명서, 소득확인서류 등을 제출해해 대출이 가능하지만 사기범들은 자격증과 소득원천징수 영수증 등을 모두 위조해 제출했다.
문제는 전문직 종사자의 경우 가짜를 판별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개업 전문직을 대상으로 한 개인대출의 경우 계약 전 현장실사를 하도록 방침이 정해져있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취업 전문직의 경우에는 주로 전화를 통해서 해당 법인에 재직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유령 법인을 세우고 취업한 것처럼 꾸며낼 경우에는 확인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전문직종협회 등이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자격증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을 꺼리는 것도 맹점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전문직 종사자가 제출한 자격증이 진짜인지 확인이 가능하도록 해당협회에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다른 은행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보고 각 은행에 현황 파악을 요청했다. 점검 결과에 따라 신분 확인 체계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권도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대출상품 종류가 다양해지고 사기 수법이 정교화하면서 대출사기가 큰 골칫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대출사기의 경우 각 상품별 특징과 은행 심사과정을 완전히 이해해야만 가능한 ‘화이트칼라(지능형)’ 범죄인데다 대출이 쉬운 영업점을 공유하거나 브로커와 위조 전문가를 끌어들이는 등 조직적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지난 달에는 부실기업이나 유령회사의 수출실적을 위조해 102억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일당이 구속됐다.
지난 8월에는 실업자나 서민을 유령회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속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뒤 수수료를 챙긴 대출사기단이 적발되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각 영업점에 관련 주의사항을 전달하고 상품별로 필요한 사안을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아울러 대출사기로 의심되는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내부 정보망을 통한 정보 공유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