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볕들 날' 없었던 한해

폴리실리콘 가격, 1년새 반토막..국내 태양광 기업 적자 속출

입력 : 2012-12-28 오후 3:29:37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악재의 연속이었던 한해였다.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도 태양광 업계의 큰 고민거리인 과잉공급 문제가 발목을 잡은 때문이다. 여기에 덤핑이 판을 치면서 업계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볕들 날 없었던 태양광 업계의 1년을 되돌아본다.
 
◇폴리실리콘 가격 1년 만에 반토막..공급과잉, 여전히 발목
 
태양광 업계는 예외 없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다. 특히 태양광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의 가격 폭락이 두드려졌다.
 
28일 태양광 가격 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1월 초만 하더라도 kg당 30.50달러였으나 지난 26일에는 15.35달러를 기록하며 올 한해를 마감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불과 1년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폴리실리콘
 
무엇보다 가격 하락의 주된 요인은 여전히 산적한 재고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올해 태양광 발전 설치 수요는 32.1기가와트(GW)로 전망된다. 이를 기준으로 폴리실리콘의 수요를 환산하면 18.6만톤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계 폴리실리콘의 생산능력은 올해 연말까지 45만~50만톤 수준으로 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와 공급이 거의 두 배 이상 벌어지는 수급 불균형 상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연말을 앞두고 웨이퍼 업체들이 보유한 폴리실리콘 덤핑 처리에 나선 것도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웨이퍼 업체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시장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물량을 밀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가동률 하락이라는 극약처방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업계 3위인 웅진폴리실리콘이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이달에는 업계 2위인 한국실리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불황에 버틸 여력이 없는 중소 규모 업체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며 업계는 그야말로 위기감에 휩싸였다.
 
◇태양광 업계, 전방위 적자..갈수록 적자폭 확대
 
"불황에 장사없다." 올 한해 국내 주요 태양광 업체들의 실적은 빨간줄 투성이었다.
 
업계 1위인 OCI는 지난 1분기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에서 170억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으나 올 3분기에 318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2008년 폴리실리콘을 생산한 이후 처음 기록한 적자다. 지난해 태양광 업체들이 줄줄이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도 '나홀로' 흑자를 냈던 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화케미칼 역시 태양광 사업 부문에서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1036억원에 달했다. 적자규모가 1분기 410억원에서 2분기에 176억원으로 대폭 개선되는 듯 했으나 3분기에 다시 450억원으로 급증으로 돌아선 것이다. 또 넥솔론과 웅진에너지도 지난 3분기 누적 적자액이 각각 763억원, 72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양광 업계에서 성수기로 통하는 하반기 들어 적자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나 업계에서는 연말 특수를 누리기는 사실상 힘들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 실정이다.
 
◇불황에 고개드는 ‘보호주의’
 
태양광 산업의 침체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보호무역주의도 극성을 부리던 한 해였다. 태양광 패널 가격을 두고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빚는가 하면, 유럽도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는 등 가격 경쟁력과 대규모 물량을 앞세운 중국에 대한 견제가 집중됐다.
 
◇태양광 모듈
 
미국 상무부는 지난 10월 중국산 태양광 패널 업체들이 덤핑수출을 했다는 주장이 사실로 인정된다며 최저 18.32%에서 최고 249.9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솔라월드 등 미국 업체들이 중국업체가 부당한 정부보조금을 통해 생산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는 주장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의 반덤핑 판정 하루만에 유럽연합(EU) 역시 작심했다는 듯 중국 정부에 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EU에 대해 태양광 발전설비 보조금 지급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해석이다. 또 지난달 말에는 인도가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반덩핑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중국이 반덤핑의 온상으로 지목받으며 십자포화를 맞는 가운데 지난달 초 한국과 미국, EU의 폴리실리콘 업체들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벌이는 역공을 취하는 등 태양광 산업을 둘러싼 각국 정부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내 기업, 대규모 인수·수주는 그나마 다행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소식도 있었다.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독일 태양광 회사인 큐셀의 인수·통합을 마무리 짓고 '한화큐셀'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로써 한화그룹은 연간 2.3기가와트(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의 태양광 전문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기존 한화솔라원의 중국 공장(1.3GW)에 더해 한화큐셀의 독일 공장(200MW)과 말레이시아 공장(800MW)까지 확보하며 규모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다.
 
OCI와 넥솔론은 향후 최대 태양광 수요처로 예상되는 미국 시장에 동반 진출한다고 발표하며 이목을 끌었다.
 
OC는 지난 7월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시의 전력공급사인 CPS 에너지와 태양광 발전 전력공급계약을 체결하고, OCI의 자회사인 OCI파워를 통해 400메가와트(MW)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넥솔론은 OCI파워에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OCI는 이번 계약을 통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전력 전략을 CPS에 공급할 권리를 갖게 됐으며, 여기서 25년 간 거둬들이는 수익은 총 2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태양광 업황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각 업체들은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등 허리띠를 바짝 조이며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내년에는 어떤 결실을 맺을지 태양광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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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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