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이 다가오면서 어느 법무법인(로펌)이 새 정권에서 주목을 받을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권에 진출하는 인사들이 많을수록 로펌의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역대 정권에 따라 소위 '뜨는' 로펌이 공공연히 거론되어 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법무법인 화우가 주목을 받았다. 대표변호사인 강보현 변호사(64·사법연수원 7기)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사법시험 연수원 동기인데다가 동기생 모임인 '8인회' 회원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42·33기)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2004년부터 화우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노 전 대통령 재임시절이다.
본격적으로 '뜨는' 로펌이 나온 때는 현 정권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대표변호사들이 현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청와대에 진입하면서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은 로펌으로 꼽힌다.
바른과 현 정권과의 인연은 2007년 인수위 당시 법무법인 바른 공동대표를 맡고 있던 정동기 변호사(60·8기)가 인수위 법무행정분과위원회 간사를 맡은 것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 변호사는 이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을 거쳐 정부법무공단 이사장까지 지냈다. 현재는 바른으로 돌아와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현 정권이 출범한 2008년에는 강훈 대표 변호사(59·14기)가 초대 법무비서관을 맡았다. 강 변호사는 보수적 성향으로 알려진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출신이기도 하다.
현 명예대표인 김동건 변호사(67·1기)도 현역 대표변호사로 바른을 이끌다가 2007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로펌 자체로서도 실질적으로 수임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법원 민형사사건 총 4894건 중 바른이 가장 많은 844건을 수임했다.
◇청와대
'박근혜 정부'에서는 법무법인 율촌과 김앤장법률사무소가 주목받을 거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 율촌이 먼저 거론된다. 인수위원장을 맡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75·고등고시 9회)이 율촌과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00년 임기 만료로 헌재 소장에서 퇴임한 뒤 2010년까지 법무법인 율촌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박 당선자의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내 클린정치위원으로 활동한 이상민(48·18기) 전 원주지원장 역시 율촌 출신이다. 이 위원은 서울고법 판사와 법원행정처 기획담당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친 뒤 2007년부터 율촌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김 위원장과 인연이 닿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출신들은 율촌 보다 더 많다. 우선 박 당선자의 입과 발 역할을 맡으면서 '박근혜 그림자'라 불렸던 조윤선(47·23기) 중앙선대위 대변인이 김앤장 출신이다. 그는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두 차례에 걸쳐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 박 당선자의 대변인을 맡고 있으며 이후 청와대 대변인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박 당선자의 숨은 공신으로 불리는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 법률지원단장의 김회선(58·10기) 의원은 지난 2009년 김앤장에서 근무하던 중 지난해 19대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진출했다. 김 의원은 벌써부터 차기 국정원장 내지는 법무부장관에 기용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치쇄신특위에 몸 담았던 남기춘(53·15기) 전 서울서부지검장도 지난해 6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중 안대희(58·7기) 전 정치쇄신특위 위원장과 함께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이 외의 로펌 출신도 없지 않다. 친박 최측근으로 박 당선인의 신임이 깊은 유기준(54·15기) 최고위원은 지난 2000년도 한국해양대학교 겸임교수 및 부산지역에서 법무법인 삼양을 설립한 바 있다.
아울러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검사 출신의 권영세(54·15기) 전 의원은 법무법인 바른에서 근무했으며, 국민행복추진위 총괄간사를 맡은 김재원 의원(49·26기)은 2005년 당시 법무법인 '한중'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중 19대 국회의원으로 진출했다.
한편 판사출신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63·7기)은 1984년 법무법인 '광장'의 전신인 한미합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1994년 회명합동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후 17대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로펌 출신들이 정부나 정권의 요직에 기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장정욱 팀장은 "아직 '박근혜 정부'의 인수위 구성도 안 된 상태로 뭐라 말하기 이르고, 전문성 확보면에서는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면서도 "현 정부의 예를 보면 이해충돌의 문제가 적지 않았던 만큼 신중한 기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장 팀장은 또 "반드시 필요한 인사일 경우에도 기용에 대한 충분한 소명과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