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에 '서광'

입력 : 2013-01-04 오후 5:25:34
[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OCI의 폴리실리콘 장기공급 계약이 잇달아 해지됐지만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아 큰 악재로는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드디어 서광이 비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다.
 
특히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중소 태양광 업체들의 불량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치킨게임의 끝이다. 이에 OCI가 올해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흑자전환할 가능성도 커졌다.
 
OCI(010060)는 지난해 12월에만 3건의 장기계약이 해지됐다. 12월28일 스페이스 에너지 코퍼레이션과 1601억8200만원, 1338억9000만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 상대방의 경영 악화에 따라 계약 이행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같은 달 18일에는 세미머티리얼즈와 2417억8700만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급계약이 해지됐다. 세미머티리얼즈는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3건의 공급해지는 총 5258억5900만원 규모지만 OCI의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2% 정도 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아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OCI 관계자는 "세미머티리얼즈나, 스페이스 에너지 둘 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1%도 안된다"며 "계약기간 동안 해당업체의 상황이 좋지 않아 공급도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 소공동 OCI 본사.
 
증권가에서도 같은 의견을 보였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공급계약 해지로 OCI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계약은 맺었지만 매출에 반영된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장기공급 계약 해지보다는 고대하던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태양광 가격정보사이트인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은 전주에 비해 0.2%(0.03달러) 상승한 ㎏당 15.38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처음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12월19일 15.35달러로 떨어진 이래 한 주 숨을 고르고 드디어 반등에 성공했다.
 
물론 소폭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OCI의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이 바로 흑자 전환하진 않는다. 다만 가격이 올랐다는 것은 중소 업체들의 덤핑 물량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OCI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장기공급 물량으로만 버티던 상황에서 벗어나 시장에 폴리실리콘을 내다팔 수 있는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즉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이 상승해 OCI의 캐쉬 코스트(감가상각을 제외한 현금원가) 가격대까지 상승한다면 시장에 물량을 내다 팔 수 있고, 이는 곧 공장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 원가가 낮아지게 되는 선순환의 출발점이다.
 
생산원가가 낮아지면 당연히 이익이 늘어나게 되고, 이 단계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흑자 전환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OCI의 캐시 코스트를 14.6달러에서 20달러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다. 적자를 보지 않고 시장에 물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폴리실리콘 가격이 20달러 이상은 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가격이 소폿 상승했지만 15달러대의 가격으로는 아직 시장에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20달러 이상으로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지환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 가격이 드디어 바닥을 찍고 최악의 국면을 벗어났다"며 "OCI는 늦어도 3분기에는 흑자전환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가격 상승이 아주 작은 파편에 불과해 섣불리 장미빛 전망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올해 안에 OCI가 폴리실리콘 부문에서 흑자 전환하려면 폴리실리콘 가격 상승과 더불어 원가절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시장가격 상승, 공장 가동률 상승에 따른 원가 하락, 이와 함께 원가절감 노력이 더해져야만 20달러의 가격에서도 흑자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 1년 가까이 불황의 터널을 지나온 OCI 앞에 드디어 서광이 비칠지, 또 다른 터널이 존재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국 터널은 끝이 있고, 언젠가 그 끝에 OCI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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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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