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승원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계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들이 현금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은행들의 기업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한계에 몰린 코스닥 상장사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기업 자산을 매각하고, 자기주식 처분 및 유상증자 등에 나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현재까지 유상증자, 신주인수권 발행, 자산 처분 등에 나선 기업은 26개 업체에 달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은 호황기를 대비해 신규 시설투자를 목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투자시 해당 기업들을 세밀히 살필 것을 주문한다.
◇주식·자산 매각 '속출'..재무구조 및 유동성 확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금 목적을 위해 기업이 보유한 주식이나 자산을 매각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디지털셋톱박스 전문기업인
홈캐스트(064240)는 보유 지분 80만1023주(약 35억원 규모)를 오는 7일과 8일 양일간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7일 공시했다. 운영자금 확보가 그 이유다.
태양광업체
오성엘에스티(052420)도 지난해 말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인 신화인테텍의 주식 444만6227주(지분율 20.5%)를 효성에 매각키로 했다고 밝혔다. 양수도 대금은 총 400억원으로 처분예정일은 오는 4월8일이다.
박엽지 생산 전문기업으로 지난 2004년에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국일제지(078130) 역시 재무건전성 도 보유지분 처분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중국 계열사인 국일제지 유한공사의 지분을 223억원에
한국제지(002300)에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까지 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실적이 악화된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 나이스홀딩스도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새마을금고에 한신평신용정보 주식 전량인 200만주를 235억원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자회사인
나이스정보통신(036800)이 상장폐기 위기에서 벗어나자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이다.
◇회사채시장 노크하는 코스닥社, 유상증자·BW 발행 나서
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회사채시장에 손을 벌리는 코스닥 상장사들도 눈에 띈다.
프랜차이즈 전문기업인
태창파로스(039850)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케이제이에스를 대상으로 48억116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3일 공시했다. 발행가는 523원이며, 920만주가 발행된다.
회사측은 "이번 유상증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램버트 프라이빗 펀드의 총액 3000만달러 유상증자 투자약정 중 2차분"이라며 "케이제이에스는 오는 15일(납입일)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노섬유 전문기업인
엔티피아(068150)도 운영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9억99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에 나섰다. 신주 발행가액은 694원이며, 신주 144만900주가 발행된다.
◇전문가 "운영자금 확보와 신규 시설투자 비교해야"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의 현금 확보 노력에 대해 증권 전문가들의 반응은 조심스럽다. 현금 확보의 목적에 따라 상장사들의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
먼저 실적 부진 등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장사의 경우엔 해당 기업이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볼 수 있어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현식
NH농협증권(016420) 스몰캡 연구위원은 "새로운 투자계획이 있어서 유증이나 BW 발행을 할 수 있다"면서도 "운영자금을 위한 목적이라면 기업 재무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문 연구위원은 "기업 재무상황이 좋지 않은 상장사가 현금 확보에 매진하는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여지지 않는다"며 "투자자의 경우 이들 기업에 투자할 때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병화
현대증권(003450) 스몰캡팀 팀장도 "재무구조가 안 좋은 상장사가 유상증자나 BW 발행에 나서는 것은 현금 부족이 주된 원인으로 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반면, 경기 호황기를 대비해 신규 시설투자 등을 목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는 만큼 기업별로 구별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석원 신한금융투자 스몰캡팀장은 "설비투자 또는 현금 확보 목적을 위해서 유상증자나 BW 발행에 나서는 기업들이 있는 만큼 기업별로 구별할 필요가 있다"며 "아주 악의적으로 현금 확보에 목을 매며 버티기에 들어간 기업들도 있겠지만, 모든 기업들이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최 팀장은 이어 "유상증자, 자기주식 처분 등 상장사의 현금 확보 노력의 순기능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