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관리형 비대위냐, 혁신형 비대위냐.
신임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하루 앞둔 8일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비대위 역할 설정을 두고 이견이 감지되고 있다.
전날 역대 원내대표단이 힘을 실은 관리형 비대위에 소장파와 일부 초선의원들이 혁신형 비대위로 맞서면서 기류가 복잡해지고 있는 것.
또 이들은 비대위의 성격 뿐만 아니라 전당대회 시기에 있어서도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다.
관리형 비대위를 지지하는 쪽은 3월 말이나 4월 초에 전당대회를 열고 비대위가 전대 준비에 전념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혁신형 비대위를 내세우는 쪽에서는 전대를 5월에 열고 변화에 전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합의를 통한 추대 방식의 선출이 예상되던 비대위원장이 경선으로 뽑힐 가능성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선 패배 후유증 수습은커녕 계파로 나뉘어 당권 다툼을 벌인다는 싸늘한 시선이 부담스럽지만, 비대위 성격과 전당대회 시기에 대합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영선 내세운 혁신형 비대위 측, 경선도 불사하나
현재 당내에서는 혁신형 비대위원장으로 박영선 의원이,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박병석 국회부의장과 이석현·이낙연 의원 등 4선 이상의 중진들이 거론되고 있다.
원외 인사인 정대철 상임고문도 구민주계 중심 '민주헌정포럼' 소속 전직 의원들이 지난 4일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기로 결의하면서 후보군에 포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이인영 의원은 8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인물을 내세웠을 때 당이 변했다, 혁신하겠다는 최선의 의지와 메시지로 전달이 될 것인가. 이런 걸 고민해야 된다"면서 "박영선 의원이 혁신의 메시지고 최선의 카드"라고 주장했다.
이어 "얼마 전 몇 사람들이 박 의원에게 권유를 했고, 또 본인도 자신에게 어떤 소명이 있다면 감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면서 "계백장군을 내세워 황산벌 전투를 벌이는 심정으로 최선의 장수로 향후 3개월을 혁신하고 당을 위기에서 구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합의 추대로) 중지를 모아 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 추대에) 이견이 있으면 당무위원과 국회의원들의 연석회의에서 의견을 물어 결정하면 될 일"이라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박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될 수 있도록 (거기에) 충실하겠다"고 경선 불사의 방침도 시사했다.
◇관리형 비대위 역할은 전당대회 준비..합의 추대로 가야
그런데 박영선 의원을 지지하는 이 의원 등의 입장은 전날 박기춘 원내대표와 김진표, 김한길, 박지원, 이강래, 장영달, 천정배 등 역대 원내대표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오갔던 의견들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역대 원내대표단은 새 비대위 구성 시기는 3월 말 또는 4월 초가 적당하며, 비대위의 역할은 총선과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작업 및 전당대회의 원활한 준비 등이라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아울러 비대위원장 선출은 경선 방식이 아니라 합의 추대가 우선이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박기춘 원내대표가 그동안 수렴한 의견들을 반영해 적절한 인사를 추천해서 의원총회 당무위원회 연석회의의 추인을 받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대선 패배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고, 혁신은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과 대의원의 뜻으로 선출될 새 지도부가 수행하는 것이 맞다는 얘기들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기춘 원내대표는 8일 YTN라디오 '김갑수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추대가 더 좋다고 얘기하는 것은 추대하신 분의 추동력을 우리가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열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마지막까지 추대를 위해서 노력하려고 하는 당내 분위기를 확인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경선도 저는 가능하다고 본다"고 경선을 통한 비대위원장 선출 가능성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