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환기자] 동부그룹이 8일 대우 일렉을 품에 안고, 김준기 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인 '종합전자 회사로'의 힘찬 첫 발을 내디뎠다.
특히
동부하이텍(000990)의 반도체 사업부와 대우일렉의 백색가전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다. 이머징 마켓에 대한 대우일렉의 영업력 또한 동부에 큰 힘으로 될 것이란 전망이다.
처음 대우일렉 매각설이 오간 것은 7년 전인 지난 2006년이다. 이후 지금까지 무려 6번이나 무산됐던 매각이 동부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지 5개월 만에 마무리 된 것은 첨단 전자산업에 대한 김준기 회장의 남다른 신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오래 전부터 "미래 첨단산업인 전자산업을 발전시켜 일본, 중국과 경쟁해 나가야 한다"며 "한국의 전자산업을 주도하는 종합전자회사가 더 나와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특히 그는 "전자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사업을 하는 회사가 이 분야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부가 지난 1980년대 초 미국 몬산토와 합작해 국내 최초로 실리콘웨이퍼를 생산하면서 반도체사업에 뛰어들고, 시스템반도체·로봇·LED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준기 회장도 이번 인수에 사재를 털어 3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일렉 사업성과..해외 시장 경쟁력에 주목
동부는 이번에 인수에 앞서 대우일렉의 사업성과 경쟁력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가 냉장고의 대용량 경쟁 등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할 때 대우일렉은 벽결이 세탁기, 3도어 냉장고 등 특색있는 제품으로 승부해왔다.
이들 백색가전들은 나라마다 지역적, 문화적 차이로 제품에 요구되는 특성이 모두 달라 현지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우일렉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이미 중남미, 중동, 동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영업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선진국들과는 달리 불황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있고, 오히려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가전제품 시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동부는 대우일렉이 이들 국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해외매출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매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대우일렉은 일본과 국내시장에서는 1인 가구와 핵가족의 증가 추세에 맞춰 중소형 제품과 특판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동부, 전자분야· 대우일렉, 가전사업과 시너지 기대
동부는 대우일렉의 사업성과 경쟁력이 종합전자회사 발돋움을 위한 사업방향과 일치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동부의 전자분야 계열사들이 대우일렉 인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은 대우일렉과의 사업 시너지가 매우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 중에서도 ▲동부하이텍의 LDI칩, 전력관리칩 등 반도체제품 ▲
동부로봇(090710)의 자동화설비 및 모터기술 ▲동부라이텍의 LED조명과 LED ▲
동부CNI(012030)의 전자재료와 IT시스템 등이 대우일렉의 가전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동부 관계자는 "앞으로 대우일렉은 동부하이텍의 반도체기술과 접목해 스마트 가전분야로 제품을 고도화하고, 의료기기·사무용기기·주방기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펼쳐 나갈 것"이라며 "이번 대우일렉 인수는 동부가 종합전자회사로 본격 도약하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연구개발(R&D) 부문 투자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대우일렉이 이머징 마켓쪽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장 영업에 주력할 것" 이라며 "스마트 가전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에 동부의 파운더리 반도체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증권사 연구원들 등은 "대우일렉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등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