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구 된 하나-외환銀, 그룹 내 주도권 누가?

올해 실적, 중간성적표 의미..수익성은 외환 ↑·하나 ↓

입력 : 2013-01-09 오후 3:58:08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올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성적표에 따라 앞으로 하나금융그룹내 주도권을 누가 쥐고 갈지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한 식구가 된지 다음 달로 1년, 하나금융그룹 내 투뱅크(Two bank) 체제가 올해 본격적으로 2년 차에 접어든다.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과도기적 임시 운영시스템인 투뱅크 체제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주도권 싸움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외환 '수익성', 하나 '자산관리'에서 우위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하나은행은 자산관리 면에서, 외환은행(004940)은 수익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다.
 
외환은행의 지난해 3분기 총자산은 105조원으로 1분기 98조원에 비해 7조원 늘었다. 비율로 따지면 7%로 한해동안 공격적으로 늘렸다.
 
이러한 자산 확대 전략은 그동안 위축됐던 영업정상화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 펀드는 자금 회수에 초점을 맞춰 수익성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이 자산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었던 데는 튼튼한 수익성이 한몫 했다. 
 
외환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은행권 최고 수준인 2.31%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등 다른 은행의 NIM 평균이 1% 중반에 머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11년 한해 외환은행의 총자산대비수익률(ROA)은 1.64%로 하나은행 0.81%보다 근 두배 가까이 된다. 자본대비수익률(ROE) 역시 18.51%로 하나은행(12.26%)보다 월등히 높다.
 
반면 하나은행 자산은 줄었다. 2011년 3분기 156조4000억 원이었던 하나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 153조9000억 원으로 2조5000억원 감소했다.
 
다만 자산건전성 지표 면에서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보다 조금 더 앞섰다. 하나은행의 연체율(명목)은 0.4~0.5%로 안정적이다. 외환은행은 0.7~0.8% 사이를 오가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외환은행은 그간 잃었던 고객을 되찾기 위해 영업 확대 전략을 펼쳤고, 하나은행은 다른 시중은행과 비슷하게 자산 성장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중간 성적표..주도권 경쟁 예고
 
지주 입장에서는 두 은행의 경쟁 구도에 대해 언급을 기피하는 편이다. 지난해 하나·외환은행간 IT통합부터 하나고등학교 출연금 논란에 이르기까지 각종 갈등으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합의한 투뱅크 체제의 시한은 오는 2016년까지다. 통합 시기를 못밖아 둔 것은 아니지만 시한이 끝나면 원뱅크 필요론이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 있다.
 
결국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결국 투뱅크 체제에서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을 수밖에 없다. 두 은행의 중간 성적표가 나오는 올해가 중요한 이유다.
 
공교롭게도 윤용로 외환은행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임기도 2014년 3월 동시에 끝난다. 남은 임기가 1여년인 두 수장의 입장에서도 올해가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인 것.
 
윤 행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그룹 내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올해에 우리의 능력을 입증해야만 한다"며 "외환은행의 가치가 더 우월하고 효율성이 높다는 것을 대내외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은 지난해 '외환2X카드' 출시로 신용카드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올해에는 중소기업 포트폴리오 비중을 높이는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김 행장도 따로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지만 그간 강조해온 핵심 저금리 예금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확대도 꾀할 계획이다.
 
외환은행 관계자 "두 은행은 통합을 논의하게 될 경우 더 나은 쪽의 시스템을 채택하자는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며 "투뱅크 체제의 중간 성적표 격인 올해 성적표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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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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