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회원사, 朴 당선자 만난 자리에서 쏟아낸 말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종부세 폐지·법인세 인하·가업상속 공제한도 확대 등 건의
10명중 9명 중소·중견기업인..현대차, 노사문제만 건의

입력 : 2013-01-09 오후 4:27:59
[뉴스토마토 양지윤·곽보연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9일 비공개 면담을 가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단은 한결같이 "분위기가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한 회동은 당초 계획한 시간을 20분이나 훌쩍 넘긴 11시에 끝날 정도로 면담회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발언에 나선 상의 회장단은 현대자동차 1곳을 제외하면 모두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인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당선자, 대한상의 방문..중소기업 챙기기 일환
 
박 당선자는 지난해 12월26일 첫 정책일정으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는 등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을 먼저 챙기는 행보를 보였다. 
 
대한상의는 삼성그룹과 현대차, LG그룹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등 14만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이 95%(13만3000여개 업체)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박 당선자가 이날 대한상의를 방문한 주된 목적도 중소기업 챙기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날 면담의 주된 화두는 '중소·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가는 희망의 선순환 확립'으로 요약된다.
 
박 당선자는 인사말을 통해 " 성장의 온기가 사회에 골고루 퍼지도록 따뜻한 성장을 중요한 기조로 생각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희망의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라면서 "청년에게 더 많은 기회의 문을 열어 주시고 한참 일할 나이에 국민들이 정년까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어렵더라도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손종현 대전상의 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발언자 10명 중 9명 중소·중견기업 대표
 
전국상의 회장들은 부동산 규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폐지, 법인세 인하, 가업상속 공제한도 확대 등을 건의했다.
 
특히 발언자 10명 가운데 9명이 중소·중견기업인들이여서 주로 이들 기업이 당면한 문제와 고충에 대한 발언이 주를 이뤘다. 박 당선자는 이들의 건의를 경청하며 꼼꼼히 필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가 25% 수준인데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이 격차를 해소하는데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 회장은 "경기회복을 위해 부동산거래가 살아나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과거 시장과열기에 도입된 분양가상한제, 다주택자 중과세, 주택대출제한 등을 없애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는 또 "지난해 말 종료된 취득세 감면조치도 다시 시행하면 거래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시장여건으로 볼 때 종부세 폐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업상속 공제한도 확대..수도권 규제 완화는 신중히"
 
송영수 순천상의 회장은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로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활동 진작을 위해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며 "우리도 감세 기조를 유지해 기업인의 사기를 진작하고 경쟁국에 비해 투자여건이 불리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송 회장은 또 "가업이 승계되면 경영노하우가 축적되고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다"면서 "가업상속 공제한도를 늘리고 고용유지 의무 등 공제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희평 충남북부상의 회장은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이 2007년 378개에서 지난해에는 69개로 감소했다"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을 위해 수도권 규제 완화에 신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정기옥 노원구상공회 회장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은 박 당선자에게 주문했다.
 
정 회장은 이날 참석한 전국상의 회장단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자 소상공인이다.
 
그는 "급식산업에서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 공공기관에 대기업 진출을 막았더니 대기업 규모의 중견기업이 차지했다"고 토로하며 "중소기업들이 온기를 느낄 수 없는 부분까지 세밀하게 살펴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도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정착 지원 요청"
 
대기업 회원사에서는 현대차가 유일하게 발언했다. 박 당선자의 대한상의 방문이 중소·중견기업 육성 및 지원 방안을 마련할 목적으로 이뤄진 만큼,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인 노사문제만 건의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김억조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지난 2010년에 도입한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제도는 기업현장에서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 제도가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최근 비정규직 사용규제,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의 부담을 가중하고 노조 입장에 편향된 노동법안이 국회에 많이 제출됐다"면서 "기업현실과 노동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처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요청했다.
 
면담이 끝난 직후 박용만 두산 회장(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은 <뉴스토마토> 기자와 만나 "분위기가 좋았다"면서 "여러 가지 건의가 나왔고, 당선자는 건의사을항 들어주며 열심히 필기를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충경 창원 상의회장은 "면담회장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가며 화기애애했다"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면 규제가 많아 기업 활동에 제약이 크다. 유예기간을 둬 중견기업이 더 많이 생길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 당선자는 오는 11일 국방부와 중소기업청에서 첫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당선자는 지난해 12월26일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한 뒤 소상공인연합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았다. 이날 대한상의 방문으로 경제단체와의 만남은 네 번째다.
 
특히 당선 직후 중기중앙회를 찾은 데 이어 지난 7일 인수위원회 첫 전체회의서 "중소기업 위해 이런저런 정책보다 손톱 끝 가시 하나 빼주는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피부에 닿는 정책 마련을 주문하는 등 중소기업 챙기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양지윤 기자
양지윤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