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TV전쟁 발발..韓·中·日 '신 삼국지'

입력 : 2013-01-09 오후 7:53:46
[뉴스토마토 김기성 기자] 앵커: 자, 세계 최대의 가전 쇼인 CES 개막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 이번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 직접 연결해서 보다 자세한 내용 한 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기성 기자. 나와 계시죠?
 
기자: 네. 김기성입니다.
 
앵커: TV 전쟁이 발발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네. 말씀 그대로 전쟁이었습니다. 가전의 꽃인 TV 주도권을 놓고 한·중·일 3국간 소리 없는 총성이 벌어졌습니다.
 
전쟁의 서막은 일본이 열었습니다. 소니는 개막일 하루 직전인 바로 어제 4K OLED TV를 전격 공개하며 부활의 찬가를 부르는 듯 했습니다.
 
4K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바로 이곳에서 내놓은 OLED TV의 화질을 4배 더 선명한 초고화질 UHD로 끌어올린 것을 말합니다.
 
꿈의 TV로 불리는 OLED에 자연색을 그대로 구현하는 UHD를 입히면서 왕좌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화면 크기 또한 56인치로 확대하면서 기존의 삼성과 LG가 갖고 있던 세계 최대 타이틀을 불과 1인치 차이로 넘어섰습니다.
 
파나소닉도 동일 제품(56인치 4K OLED TV)을 개막일 오프닝에 맞춰 내놨지만 소니가 전해준 충격에 신선도가 떨어지면서 주목은 그리 크게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의 거센 도전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LCD의 원조 샤프는 60인치에서 90인치까지 다양한 UHD TV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4K보다 두 배 이상 해상도가 뛰어난 8K 제품을 내놓으며 녹슬지 않은 기술력을 과시했습니다.
 
일본 가전을 대표하는 삼총사가 한국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번 CES를 얼마나 단단히 벼렸는지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앵커: 9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TV시장은 일본의 독무대였는데요. 마치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치는 노병의 절박함이 느껴지는군요. 자, 중국 역시 만만치 않았다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하이신과 TCL이 110인치 4K TV를 선보이면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을 비롯해 하이얼과 청홍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85인치 UHD TV를 전시하며 기술 경쟁에 합세했습니다.
 
중국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줄이면서 세계 TV시장을 선도하는 우리나라 턱밑까지 쫓아온 느낌입니다.
 
앵커: 우리나라가 가만있을 리 없었을 텐데요. 일본과 중국에 전해지는 한국발 충격파가 있었습니까.
 
기자: 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적 제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계 TV시장을 이끄는 두 회사는 오늘 나란히 곡면 OLED TV를 선보이며 일본과 중국에 심한 허탈감을 안겨 줬습니다.
 
기존 OLED 패널 양끝을 둥글게 말아 마치 화면이 시청자를 에워싸는 듯한 느낌을 전달했습니다. 당연히 입체감이 한 차원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어느 각도에서도 시야 전체로 화면이 한가득 들어오면서 몰입감 또한 극대화 됐습니다.
 
아이맥스(IMAX) 영화관에 앉은 듯한 웅장한 깊이감과 함께 3D로 화면이 구연될 때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도록 했습니다.
 
이는 화면이 자유자재로 휘는 플렉시블의 전초 단계로 일본과 중국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꿈의 기술이기도 합니다. 기존 기술을 한 차원 끌어올리며 한국을 추격했다고 생각한 일본과 중국으로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를 찔린 셈이 됐습니다.
 
앵커: 역시 삼성과 LG군요. 그런데 곡면 OLED TV까지 공개까지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는데 무슨 내용이죠?
 
기자: CES의 이면은 바로 정보전입니다. 경쟁사의 히든카드를 미리 알아야 맞춤형 전략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메이저 업체들은 저마다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며 CES를 대비해 왔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삼성과 LG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양사는 사실 일본과 중국보다 서로를 더 의식하는 전통적 라이벌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바로 이곳 라스베이거스에서 두 회사는 나란히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후 시장 출시까지 끊임없이 서로를 의식했는가 하면 UHD TV에 있어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경쟁 체제를 구축해 왔습니다. 맞수의 운명은 이번 CES에서도 재연됐습니다. 지향하는 바도, 생각도, 기술도, 전략도 같았다는 얘기입니다.
  
또 얼마나 비밀리에 곡면 OLED TV를 꽁꽁 숨겼는지 양사 핵심 관계자는 물론 한국에서부터 동행한 취재진조차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오늘 아침 숙소에서 전시장으로 이동하던 버스 안에서야 관련 언질을 전달 받았을 정도입니다.
 
국내 취재진이 도착하자 그제야 까만 천으로 둘러싸였던 비밀병기가 베일을 벗고 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젯밤 비밀리에 해당 제품을 전시장으로 옮긴 뒤 설치를 끝낸 직후였습니다. 취재진은 특종을 놓쳤다는 마음에 순간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삼성과 LG의 높은 기술력은 또 다른 긍지로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양사는 그렇게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서로를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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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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