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저축은행 퇴출이 속출하면서 많은 임직원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더욱 안좋은 상황으로의 이동을 선택하고 있다.
경영상황이 더 열악한 저축은행으로 이직해 또 다시 구조조정을 겪는가 하면 자영업에 뛰어드는 '생계형 사장님'도 늘고 있다.
1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임직원 수는 2010년 3월 8098명에서 꾸준히 증가하며 2011년 6월 8778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해부터 불어닥친 구조조정 여파로 2011년 12월에는 7861명으로 1000명 가까이 줄어들었다. 이후 반짝 증가세를 나타냈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9월 7331명까지 감소했다.
◇저축은행 임직원 수(단위 : 명)
저축은행 한 곳이 문을 닫을 때마다 직원들은 끝까지 남을지 떠날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은 대부분 예금보험공사 소유의 가교저축은행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직원들 역시 가교저축은행에서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가교저축은행에서의 생활은 새 주인을 만날 때까지만이다. 저축은행을 사겠다는 새로운 주인이 정해지면 인력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다.
직원 중 약 절반만이 새 주인과 함께 일할 수 있다. 그나마도 일정 기간 계약직을 거쳐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고용 이전이 안 된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파산재단행 또는 퇴사다.
저축은행 파산재단은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등 악성 자산을 회수하고 회수금 및 공적자금 등을 통해 피해 예금자들에 대한 배당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파산재단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면 할 수록 일이 줄어드는 구조이므로 일을 열심히 할 수록 빨리 그만둬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처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부실채권을 다 정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6개월이면 마무리 된다"며 "결국 파산재단에 남아도 근무기간 6개월 연장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선택은 이직을 하거나 아예 업계를 떠나 자영업 등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황에 새 일자리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직을 준비하는 저축은행 직원들은 시중은행과 같은 1금융권 이직은 꿈도 못 꾼다. 받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여신업무 이력이 있다면 금융권 이직의 문은 더욱 좁아진다. 퇴출된 저축은행들이 임직원 불법대출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해 선량한 직원들까지 불법대출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여신 업무 담당했다고 하면 명함도 못 내민다"며 "불법대출에 관여하지 않았나 의심부터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이직이 가능한 곳은 또 다른 저축은행 뿐이다. 하지만 이직에 성공했어도 안심할 수 없다. 저축은행 업계 전반이 불황인 상황에서 어떤 곳도 '퇴출은 남의 일'이라고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저축은행 직원 중에는 옮긴 곳마다 영업정지를 당해 이른바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도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은 상황이 안 좋은 곳일수록 퇴사자가 많아 이직해 옮긴 곳이 또 퇴출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저축은행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마이너스의 손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푸념했다.
더 이상 구조조정의 불안 속에서 전전긍긍하며 살 수 없다고 박차고 나온 직원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에 뛰어들어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서 받은 퇴직금으로 치킨 집을 차린 A씨도, 금융지주사를 새 주인으로 맞았지만 차별적인 대우와 부정적인 인식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와 피자 가게를 운영 중인 B씨도 자영업이 만만치 않다.
현재 가교저축은행에서 근무 중인 한 저축은행 직원은 "저축은행 그만두고 나와서 장사한다는 선배들의 얘기를 종종 듣는다"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장사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