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이것만은 바꿔라)'성장 우선주의' 안된다!

(신년기획)⑤선성장 후분배로는 `낙수효과` 어려워

입력 : 2013-01-11 오전 10:27:0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비즈니스프렌들리'를 외치면서 친(親)기업,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쳤던 이명박 정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기업이 돈을 벌면 거기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도 돈을 벌며, 대기업이 잘되면 그에 연결된 중소기업도 잘되고, 성장을 하다보면 분배구조가 개선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기대했지만 두차례 글로벌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은 할 수 없었고, 낙수효과도 나타나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인 이상 도시가구의 시장 소득 기준 소득 5분위분배율은 노무현 정부 5년 평균이 5.19배였던 반면, 이명박 정부 4년 평균은 6.0배에 달했다.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소득 5분위분배율도 노무현 정부 5년 평균이 4.528배였던데 비해 이명박 정부 4년 평균은 4.875배로 악화됐다. 결과적으로 성장도 분배도 모두 실패한 것이다.
 
소득 5분위분배율은 소득 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하위 20%의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소득 양극화의 정도를 측정할 때 사용하는데 `1`일 경우 완전 평등, 값이 커질수록 불평등하다는 의미다.
 
자연스럽게 이명박 정부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게 된 박근혜 정부의 최대 과제는 성장과 분배를 어떻게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함께 끌고 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사진)는 당선소감으로 "다시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겠다. 국민 모두가 먹고 사는 것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며 아버지시대와 같은 성장을 말하면서도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상생과 공생의 정신이 선조가 우리에게 물려준 훌륭한 자산"이라며 분배의 원칙도 강조했다.
 
◇박 당선자, 분배 외쳤지만 성장 우선 행보
 
그러나 성장과 분배라는 두 수레바퀴를 균형있게 굴리려는 박 당선자의 실천의지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그 첫발을 내 딛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모습은 분배보다는 성장에 무게가 실렸다.
 
박 당선자는 지난 7일 인수위 첫 회의를 주관하는 자리에서 "저는 국민안전과 '경제부흥'을 국정운영의 중심축으로 삼고자 한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데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말들 것인지 이런 해법을 찾아내어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을 만들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위기의 시기를 경제부흥의 시기로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또 다른 '한강의 기적'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
 
인수위원 구성에서도 분배보다는 '성장'이 먼저 읽힌다. 인수위 경제1·2분과위와 고용복지분과위 등 주요 경제분과위에는 안종범 의원, 홍기택 교수, 서승환 교수, 옥동석 교수 등 시장중심의 성장론자와 관료출신이 전진배치됐다.
 
당선 이후 대기업 회장단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은 자리에서 "구조조정, 정리해고 자제와 정년고용보장, 중소기업 영역과 골목상권 보호 등에 힘써달라"고 언급하는 등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지만, 결국 성장이 없이는 분배도 없다는 기본인식이 정부출범 전부터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되짚어 보면 당선소감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경제성장의 모토 '잘 살아보세'를 가장 먼저 강조했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분배없는 5년?..성장전망도 '암울'
 
박근혜 당선자의 경제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박근혜식 분배정책이 살짝 얹어진 '수정본'에 가깝다.
 
실제로 공약집을 보면 '이명박근혜'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로 정책이 유사하고, 그의 행동도 5년전 이명박 당선자의 모습과 흡사하다.
 
박 당선자가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5년 내 코스피 3000시대를 꼭 열겠다"고 말할 때 많은 국민들은 5년전 이명박 당선자가 같은 장소에서 "주가 5000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것을 연상했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 5년이 그랬듯 앞으로 5년의 성장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2%대에 그칠 것이라는 기관들의 전망이 적지 않다. 유럽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배짱좋게 4% 성장을 장담하던 정부도 올해는 3% 성장으로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지난해 처럼 상반기에 좋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회복할 것이라는 '상저하고'의 전망도 내놓지 못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지난달 26일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전체 성장률 전망 자체가 3%인데 그 안에서 상저하고를 논하는 것은 국면에 맞지 않는다"며 경제상황의 반전이 쉽지 않을 것임을 언급했다.
 
다행히 연초 미국의 재정절벽문제는 해결됐지만, 유럽재정위기의 장기화가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미국문제 해결의 반대급부로 환율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대외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청신호가 켜지기는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성장을 전제로 분배를 고민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하에서는 다시 분배없는 5년을 보내야할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는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당분간 저성장기조를 흔들만한 변수는 크지 않다. 인수위가 지하경제 활성화라는 난제를 공론화하고 있는 것도 저성장국면에서 뾰족한 재원마련대책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양극화해소를 위해 성장 후에 분배하겠다는 정책은 통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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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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