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 기자] 앵커 : 시청자 여러분들 중에서는 자식을 기르시는 분들이 꽤 있을 텐데요. 만약 아들과 딸이 게임을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아무리 인식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것입니다.
게임규제, 이를 둘러싼 주요 현안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 또 문제해결에 대해 IT부 최용식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최 기자. 최근 게임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기자 : 예. 얼마전에도 새누리당 의원 17명이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이른바 ‘셧다운제’를 확대하자는 게 주 내용입니다.
아울러 ‘게임중독 유발지수’를 만들어 중독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게임의 개발과 배급을 제한하고, 게임중독치유센터 설립에 소요되는 기금을 게임사 매출액 1% 범위에서 직접 징수하자는 대목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앵커 : 얼핏 듣기에도 강도가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른 규제안은 또 없나요?
기자 : 여러 가지 안이 있지만 가장 큰 건으로는 문광부에서 추진하는 고스톱 및 포커류 등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안이 2월부터 시행될 전망입니다.
한달간 구입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30만원으로 제한하고, 1회 사용량 만원 초과금지, 10만원 이상 잃었을 경우 48시간 게임이용 차단, 자동진행 불가 및 실명인증 의무를 주요 골자로 삼고 있습니다.
도박류 게임에 대한 과몰입을 막고, 불법 환전상 활동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게 그 취지입니다. 이밖에도 아이템 거래제한이나 심의수수료 인상 등이 있는데요. 공통적으로 “게임을 오래하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니 강제로 막자”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앵커 : 많은 이슈가 있군요. 그렇다면 게임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썩 달갑게 생각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기자 : 예. 이전에는 그저 우려하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악영향이 지대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전방위로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는 분위기인데요. 이들의 반론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셧다운제의 경우 얼마든지 주민번호를 도용해 늦은 시간에도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고, 서버가 해외에 있는 외산게임은 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형평성도 어긋난다는 의견입니다.
고스톱 및 포커게임에 대한 규제안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인데요. 양성화된 게임을 건드려봤자 이용자들은 불법사이트를 통해 도박을 할 것이니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합니다. 아울러 이 역시 셧다운제와 마찬가지로 외국게임을 규제 대상에 넣지 않으니 역차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수출효자산업인 게임을 왜 죽이려고 하느냐, 게임중독이란 불안정한 사회의 부산물이기 때문에 청년취업이 잘 되고, 건전한 여가문화가 자리를 잡으면 자연히 해소될 문제다” 이렇게 말합니다.
앵커 : 예. 어느 정도 논리적인 의견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것이죠?
기자 : 첫 번째로는 게임문화 자체가 여전히 비주류에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특정 문화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만화, 영화, 미니스커트, 장발, 락음악, 힙합음악 등이 그랬습니다. 사회에서는 자칫 불량해 보이는 이들에 대해 나쁜 인식을 갖은 것이죠.
규제하는 측을 살펴보면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게임에 중독되서 몇일간 PC방에서 밤을 새고, 게임에 중독되서 범죄를 일으키는 경우가 그리 많진 않은데 다소 아쉽기도 합니다.
앵커 : 그렇다면 업계에서 적극적으로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알리고 잘못된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이 있나요?
기자 : 물론 이들도 열심히 하긴 하는데요. 다른 산업군에 비하면 부족해보입니다. 예를 들면 같은 IT산업인 통신업계의 경우 홍보나 대관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많고, 로비에도 적극적입니다.
포털업계는 상대적으로 통신사들보다는 덜 하긴 하지만 대표이사들이 직접 국감 증인출석에 나서기도 하고, 전문가나 협회를 통해 청와대, 국회 등과 활발히 의사소통을 하는데요.
게임업계는 좀 소극적이라는 판단입니다. 고위관계자 중에서 개발자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 외부활동을 꺼리는 분위기이고요. 협회나 대관 담당자들도 아직은 역량이 높아보이진 않습니다. 이게 다 손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앵커 : 사실 ‘결자해지’라는 말이 있듯이 결국 문제는 게임업계 스스로 풀어야 한다고 보는데요. 또다른 문제는 없나요?
기자 : 게임업체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셧다운제의 경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관련된 업체, 즉 엔씨소프트나 넥슨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이고요.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안은 한게임이나 넷마블과 같은 웹보도게임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 손해를 입을 전망입니다. 따라서 어느 곳에 집중하는 게 좋을지 판단이 잘 안서는 것이죠. 이는 분열된 행동으로 나타나고 결국 현상유지로 이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업계 많은 사람들은 체계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 예. 알겠습니다. 혹시 최 기자는 게임을 하나요. 어떻게 현상을 바라보시나요.
기자 : 예전에는 좋아했는데 요즘은 업무에 바빠 많이 소홀합니다. 아무튼 이 현안은 굳이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보는데요.
게임은 얼마 되지 않은 지속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이고, 게임사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효자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아울러 하이테크 기반의 산업으로서 건전한 발전과 육성이 요구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한 학계 전문가는 게임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하는데요. 자식들에게 당당히 게임회사 다닌다는 말을 하기 힘든 현실은 분명 개선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업계도 자성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아직까지도 마이너리티를 벗지 못하고 있는데요. 몸은 컸는데 정신은 그대로인, 그야말로 미성숙된 상태로 비유가 가능합니다.
이제는 무조건적으로 규제반대를 외치기보다는 사회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을 만큼 다 했다”는 식의 자세는 버리고, 고위관계자들부터가 적극적으로 규제론자들과 부딪혀 이야기하고,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