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엔화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급격한 원화 절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국내 수출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최근의 환율 변동은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구조적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어 '환율 방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달러대비 일본 엔화의 환율상승 속도는 한국 원화의 환율하락 속도보다 3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기준 88.9엔으로 연초 이후 2.6% 절하된 반면 원·달러 환율은 1054.7원으로 0.8% 절상돼 엔화의 변동 폭이 원화보다 3.1배에 달했다. 지난해 1년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11.28% 상승하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7.37% 하락해 변동폭이 평균 1.5배 차이가 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속도차는 매우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원화와 엔화 환율 추이·연간 절상(하)율>
특히 새로 들어선 일본의 아베 신조 정권이 대규모 경기부양 조치를 단행하면서 엔화의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점점 고조되고 있어 ‘엔저(低)’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은 "지금의 엔화 약세·원화 강세 지속 여부는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기조의 틀 안에서 진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과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엔화약세 ? 원화강세 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수출시장에서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의 엔화가 하염없이 하락하면서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수출이 다시 주춤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시중은행과 협의해 수출 주도형 중소기업의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환율 하락이 겹치면서 수출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에 대비해 금융지원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일본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을 중심으로 재무구조 점검에도 나설 계획이다.
아울러 투기성 대출이 기승을 부릴 것에 대비해 시중은행 엔화대출 감독도 강화했다.
외환당국도 엔화 하락세를 주시하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환율은 시장 펀더멘털에 의해 정해지지만 자본시장은 투기적 동기에 의해 움직일 수 있어 이를 정부가 막아야 한다"며 "큰 폭의 엔화가치 하락 등 환율변동성 확대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외환건전성 조치 등으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 외환시장 건전성 3종 세트(선물환포지션 제도,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외환건전성 부담금) 등 기존 정책의 효과와 강화 방안 등을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일본의 양적완화로 원화 값이 급격히 절상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을 대비, 국제적으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환율 공포가 고조되는 가운데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는 일본 엔화가치 하락이 지속될 수 있지만 국내 경제가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3일 '막 내리는 엔고, 엔저 가속화에는 한계' 보고서를 내고 "완만한 원고·엔저 흐름에서 세계경기가 회복하면 우리 산업에는 큰 충격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