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국내 6개 증권사가 공동 개발한 대차거래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키움·하나대투·하이투자·한화투자·NH투자 등 6개 증권사가 구축한 ‘공동대차 풀(Pool) 시스템’이 금융당국의 자본시장법시행령과 금융감독원의 금융투자업무 감독규정 때문에 방치되고 있다.
대차 풀 시스템은 주식 대여를 허락한 고객의 주식을 대차 가능 종목군에 편입해 주식을 필요로 하는 제3자에게 대여하고 수수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대여 수익 2%를 가져갈 수 있고 주식을 빌려준 고객은 일정 금액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중소형 증권사의 대차실적은 예탁결제원이나 증권금융, 대형 증권사에 비해 상당히 열세한 상황이다. 대차 풀이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고액 투자자 등의 보유증권 대차 수요를 만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복수의 증권사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지난 2011년 한국증권금융 제안으로 구축한 이 시스템은 당초 지난해 9월 오픈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러 난관에 부딪혀 난관에 처하자 해당 증권사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개발에 참여한 증권사 관계자는 “규정자체가 기관 위주로 돼 있어 개인 고객에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1년이 넘도록 시스템 개발에 공을 들였는데 결국 불필요하게 소모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들 증권사들은 조만간 금융당국 측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방침이다.
예탁원이 징수하는 수수료 또한 걸림돌이다. 고객의 주식을 증권 풀에 담을 때 발생하는 계좌 간 대체 발생 시 건당 1000원이라는 대체 수수료를 자동징수 방식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것. 이 때문에 해당 증권사들은 연말부터 예탁원을 방문, 수수료 면제 요구를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의 수수료 면제 요구에 예탁원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시스템 개발 단계에서 수수료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던 탓이다.
조보행 예탁원 증권예탁부 부장은 “최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업계와 협의를 진행했고 현재 수수료 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수수료 면제 여부는 쉽게 결정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지난해 말 수수료 면제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던 예탁원이 올 초부터 관련 내용에 대한 추진력이 약화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처음부터 증권금융이 시스템 개발을 서두르다보니 규정을 제대로 추리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탁원의 수수료 문제 또한 간과했다는 점에서 증권금융의 개발 방향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편 이들 증권사 가운데 일부는 역마진을 떠안아가며 대차거래시스템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증권은 현재 전산을 열어둔 상태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최근 개인 고객의 대차거래를 성사시켰다”며 “가져갈 수 있는 대여수익이 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역마진이 본격적으로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