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이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현실성 없는 포퓰리즘 공약들은 선별해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 등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 14일 기초노령연금 관련 논쟁이 커지자 심재철 최고위원은 "원칙이 훼손되거나 예산이 없는데도 무조건 공약대로 해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형 예산 공약들에 대한 출구전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어 지난 16일에는 정몽준 의원이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공약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우선순위를 정해서 추진해야 한다"며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당선인의 공약 실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6일 '신정부 복지정책 추진 방향' 토론회에서 박 당선인의 3대 복지정책을 이행하는 데에만 77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했다. 새누리당이 계산했던 것보다 2.2배 이상 많은 돈이다.
당 안팎의 우려에도 인수위는 요지부동이다.
17일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정성을 다해 만든 대선공약에 대해 지키지 마라, 폐기하라, 공약을 모두 지키면 나라 형편이 어지러워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가 고집을 꺽지 않고 있는 것은 `박근혜=원칙·신뢰`이미지에 손상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대국민 약속은 반드시 지켜지는 게 맞다. 그러나 각계에서 우려하고 있는 것은 공약의 취지와 목표가 아니라 방법론임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다수 재정, 복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대로 돈을 풀되 나라 곳간사정을 보면서 푸는게 바람직하다.
급하면 체하는 법이다. 앞뒤 재지 않고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만 매달린다면 결과는 뻔하다. 재정은 만신창이가 되고 그 후폭풍은 공포 그 자체다. 곳간을 살피지 않고 일단 쓰고 보자식으로 복지를 집행한 남유럽이 깊은 고통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을 우리는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복지체계가 현금성 지출 위주로 짜여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는 남유럽으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고 있다고 빗대기도 했다.
박 당선인과 인수위는 그런 불행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여론을 경청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 방법론을 짜야한다.
예를들어 현 세대의 배를 불리자고 미래세대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늘리는 식의 발상은 너무도 탐욕적이고 비양심적이다.
나라의 미래인 후세대들에게 곳간을 채워주지는 못할 망정 빚더미만 안겨줄 작정인 지 진정 묻고 싶다.